요즘 프랑스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인 니콜라 사르코지(52) 차기 대통령이 들뜬 기분 속에서 캐나다 총리를 사칭한 개그맨들에 의해 놀림을 당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사르코지는 지난 6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 후보를 여유 있는 표차로 누르고 당선이 확정된 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의 축하 전화를 잇따라 받았다.
AFP통신 인터넷판이 9일 자체 입수해 소개한 통화 녹취록을 보면 이런 축하 전화 세례가 계속되는 가운데 밤 늦게 캐나다의 스티븐 하퍼 총리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힌 인사로부터 사르코지 당선자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그는 사르코지에게 그간 선거 유세를 위해 열심히 뛴 노고를 치하한 뒤 당선 소감을 물었다. 먼저 감사의 뜻을 표한 사르코지는 “건강하다. 투표를 비롯해 모든 게 순조로이 끝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사르코지는 “축하에 다시 감사한다, 나도 캐나다를 사랑하는 팬으로 양국 관계도 아주 좋은 상태”라고 화답했다.
그러자 그는 사르코지를 캐나다로 초청해 프랑스 식민지였던 퀘벡의 전통요리 만찬을 대접하겠다고 정중히 제안했으며 사르코지도 기꺼이 이를 수락했다.
자신의 형편없는 불어 실력에 양해까지 구한 그는 “당신이 우파이고 나도 보수파 출신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도 보수파이니까. 그를 초대해 우리 세 사람이서 함께 식사를 하자”고 다시 강조했다.
여기까지는 사르코지도 통화한 사람을 하퍼 총리로 철석같이 믿고 응대했다.
그런데 자칭 캐나다 총리가 “나는 그동안 바보들끼리 저녁 식사를 하는 것을 줄곧 꿈꾸어 왔다”고 말하는 순간 사르코지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채고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사르코지에게 이처럼 가짜 전화를 건 사람들은 캐나다의 프랑스어권 지역인 퀘벡주에서 활동하는 2명의 개그맨. 마르크 앙트완 오데트와 세바스티앙 투르델로 확인됐다. 이들은 ‘마스크드 디펜더스’라는 듀엣 개그 그룹으로 현지에선 유명하다. 특히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음성 모사의 달인들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작년 1월에도 자크 시라크 현 대통령에게 이와 비슷한 농짓거리 전화 통화를 한 상습범이다.
하퍼 총리의 대변인은 이번 해프닝과 관련해 유감을 표시하면서 진짜 하퍼 총리는 7일 사르코지 차기 대통령와 10분간 전화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인사말을 나눴다고 발표했다.
이정흔 스포츠한국기자 viva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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