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자국 내 최대 TV 방송국에 5년 만에 ‘복수’를 벼르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차베스 대통령이 이달 27일로 예정된 ‘라디오 카라카스 텔레비지온(RCTV)’의 TV 방송 허가권 갱신을 불허했다고 9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53년 동안 뉴스, 게임 쇼, 드라마 등을 방송해 온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인기 있는 방송국이 문을 닫게 됐다. FT는 RCTV가 2002년 차베스 정권을 이틀 동안 전복시켰던 쿠데타에 협조했으며 이후에도 계속 편향된 뉴스를 보도해 실정법을 어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익 성향의 RCTV는 2002년 4월 차베스 대통령이 군인들에게 연금됐을 당시 쿠데타 소식을 보도하지 않은 채 미국 영화 <프리티 우먼> 을 방송하고, 그 해 12월 석유파업을 필두로 한 자본가들의 파업을 적극 지원했다. 신문 방송 등 미디어 시장의 70%를 과점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재벌 언론들은 차베스 정권의 좌파정책을 적극 비판하며 차베스 대통령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프리티>
RCTV의 가십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베레니세 고메스는 “이건 복수”라고 말했다. 신문은 미대륙 인권 위원회와 국경없는 기자회 등 인권단체들이 RCTV를 지지하고 있지만 소용 없는 싸움이라고 보도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자신이 진행하는 ‘안녕하세요 대통령’이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잊어버려라. 끝났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RCTV가 폐쇄되면 공영 방송국이 대신 생길 예정이다.
신문은 차베스의 반대파뿐 아니라 동조자들까지도 RCTV 폐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학자인 마르가리타 로페스 마야는 “지겨운” RCTV의 팬이 아니라고 단언하면서도, 야당 성향의 RCTV마저 없어지면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을 내보내는 방송사는 ‘글로보비지온’ 하나밖에 없게 되며, 결국 친정부 언론들만 전파권을 갖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발표된 여론 조사에서도 베네수엘라 국민의 대부분이 RCTV 폐쇄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회사 다타날리시스가 4월 2,000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차베스 대통령의 방송국 폐쇄 방침에 반대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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