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길’을 주장하며 1997년 최연소 총리로 화려하게 취임한 토니 블레어(54) 영국 총리가 6월 27일 사임하겠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수 개월 동안 사임 시기를 두고 언론과 진실 게임을 벌였던 블레어 총리는 마침내 이날 오전 각료회의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어 정오에는 자신의 지역구인 세지필드에서 24년 전 의회에 입성할 때부터 지금까지 지지해 준 유권자들에게 내달 27일 여왕에게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세지필드 연설에서 “나는 10년 동안 이 나라의 총리직을 맡아 왔다. 10년은 나뿐 아니라 이 나라에 특히 충분히 긴 시간이었다”며 그동안 영국은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기고, 의료ㆍ교육 서비스가 좋아졌으며, 범죄율이 하락했다고 노동당 정부의 치적을 강조했다.
블레어 총리는 노동당이 7주 간의 선거과정을 거쳐 차기 당수 겸 총리를 뽑을 때까지 총리직에 머물게 된다.
후임 총리로는 그의 오랜 정치적 동지이자 라이벌인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확실시된다. 데이비드 밀리반드 환경장관, 존 리드 내무장관 등 경쟁자가 될 만한 인사들이 당내 당수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브라운 장관을 지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노동당 전국집행위원회(NEC)는 13일 차기 당수를 뽑기 위한 선거 일정을 발표한다. 브라운 장관은 11일 차기 당수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3회 연속 총선에 승리해 5월3일로 취임 10년을 맞았던 블레어 총리는 집권 당시 지지율이 83%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라크전 참전, 정치자금 스캔들, 1인 장기 집권에 대한 유권자의 염증 등이 겹치면서 지지율이 뚝 떨어져 여론의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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