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식으로 하면 경선도 없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9일 경선 불참 시사라는 배수진을 치며 초강경 행보를 선보였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경기 고양시 덕양갑을 당원간담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강재섭 대표의 경선 룰 중재안을 겨냥해 “이런 식으로 하면 한나라당은 원칙도 없는 당이고, 경선도 없죠”라고 말했다. 그는 “경선 자체가 성립이 안된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면서 “경선 불참 시사냐”는 질문에 “아뇨, 합의대로 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잖아요”라고 대답했다. 그는 독자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경선도 없다’는 발언은 다목적 포석으로 보인다. 우선 당원ㆍ대의원들의 위기감을 불러일으켜 중재안을 무력화하기 위해 경선 불참 카드를 만지작거린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 전 시장을 상처 내려는 계산도 한 것 같다. “여론조사에서 앞선 이 전 시장이 룰마저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려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를 기대한 것이다. 물론 “박 전 대표가 경선 불참 카드까지 꺼내 한나라당 분열 위기를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생길 가능성도 각오했다고 봐야 한다.
중재안이 실제로 전국위원회를 통과할 경우에는 박 전 대표가 실제로 경선 불참을 선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민주주의 원칙을 깨는 것이라고 규정한 룰을 적용한 경선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선 불참 선언이 현실화할 경우 박 전 대표의 다음 착점은 ‘탈당이냐 아니냐’에 대한 고민일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서는“차라리 (이 전 시장에게) 1,000표를 줄 테니 원래 합의된 룰(8월-20만명)대로 하자”고 말했다. 물론 실제로 1,000표를 주겠다는 뜻이 아니다.
중재안이 이 전 시장에게 유리한 룰임을 부각시키는 한편 자신의 중재안 거부가 원칙의 문제임을 강조하기 위한 언급이다. 박 전 대표는 이 발언에 대해 “(이 전 시장측이) 당을 흔들지 말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박 전 대표는 여의도 캠프 사무실을 떠나면서 중재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거부죠. 받아들일 수 없죠”라고 짧고 분명하게 답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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