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플(TOEFL) 시험 온라인 접수 대란이 일어난 지 한 달이 됐다. 지난달 10일 인터넷 활용 시험(iBTㆍ7월 실시) 접수 시작과 함께 불거진 ‘온라인 접수 서버 먹통’ 사태로 응시자들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영어시험 점수가 취업과 진학의 성패를 가르는 현실에서 미국교육평가원(ETS)의 대책 없는 무성의함이 빚어낸 결과였다. ETS와 국내 교육기관들은 잇따라 대책을 발표했지만 토플 사태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서버 문제 해결 ‘아직…’
8일 오후 9시 무렵 8월 토플 시험을 치르기 위해 컴퓨터 앞에 있던 응시자들은 경악했다. 지난달 21일 폴 램지 ETS 부사장까지 한국에 찾아와 사과하고 ‘장밋빛’ 대책을 내 놓은 지 20여일이 채 안 돼 접속 불량 상황이 다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응시 희망자들은 이날 밤 아예 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하거나 ‘나중에 다시 접속해달라’는 메시지만 바라봐야 했다.
새로 개설한 한국어 사이트는 당시 접수 상황이 어떤지에 대해 일언반구 설명이 없다가 9일 오전이 돼서야 “기술적인 문제로 새 접수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되지 않았다”며 “지금은 정상 작동 중”이라는 공지만 달랑 띄웠다.
시험장에서의 말썽도 여전했다. 인천대에서 지난달 29일 실시된 iBT시험에선 컴퓨터가 시험 사이트에 접속이 안 돼 50명의 응시생 가운데 절반 이상이 발길을 돌렸다.
ETS는 지난달 관계자 방한 때 시험장소를 늘리고, 응시인원을 더 수용한다는 내용의 몇 가지 대책을 발표했다. 약속한 기한은 현재로서 약 40일 정도 남아 있으며, 지금까지 지켜진 것은 한국어 사이트 개설과 접수 개시일 72시간 전 통보 정도다. 그러나 토플 응시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수험생 이모(30)씨는 “해외 영어권 대학의 지필고사(PBT) 점수 수용 여부가 명확치 않다”며 “PBT 응시인원만 늘리지 말고 차라리 iBT시험장 확보에나 더 신경 써라”고 말했다.
●학원가에선 어떤 일이…
학원 등 사교육 시장은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전국 외국어고 교장들이 2009학년도부터 토플을 입학전형 요소로부터 제외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일부 대학ㆍ국제중도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플을 주 강의과목으로 운영해 왔던 몇몇 초중고생 대상 어학원들은 과목을 바꾸거나 강의 프로그램을 변경하려고 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D어학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쓰던 토플 교재 및 프로그램을 갑자기 바꾸기는 어렵다”면서도 “교재를 다른 영어시험에 맞춰 새로 만들던지, 다른 대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플 위주로 영어를 가르쳐 온 C어학원도 조만간 연구원과 강사들을 참여시켜 프로그램 변경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 특목고 학원은 10일부터 3일간 서울의 분원 곳곳을 돌며 입시 설명회를 열며 ‘후속 대책’ 알리기에 나선다. 학원 관계자는 “토플 외 다른 영어시험 도입 가능성, 외고 자체 출제 영어시험의 난이도 조절 방향 등을 설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인어학원 측은 PBT 시험 도입으로 몇 개 강좌를 추가로 열긴 했지만 그다지 인원이 몰리지 않아 실망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토플전문 Y학원은 “원래 없던 PBT 강좌를 열어 4개 반이 더 생겼지만 수강생은 20~30명에 그쳤다”고 말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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