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내의 정동영 전 의장 계보가 9일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 세력을 상대로 전면전을 선포했다. 정 전 의장은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친노 직계 인사들이 최근 발족한 ‘참여정부 평가포럼’의 해체를 요구했다.
정 전 의장은 이날 청주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참여정부 평가포럼은 2ㆍ14 전당대회 합의를 깨고 전직 관료 200~300명과 함께 우리당 사수의 진지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며 평가포럼 해체를 주장했다. 이어 “평가는 제3자나 역사가 하는 것이지 비서들이 모여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박명광 김현미 강창일 의원 등 정 전 의장과 가까운 우리당 의원 3명도 이날 오찬 기자간담회를 갖고 평가포럼 해체를 촉구하는 등 친노 세력 때리기에 나섰다. 김현미 의원은 노 대통령의 정치 방식을 겨냥해 “분열의 칼을 쓰는 정치”“전선의 정치”등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노 대통령이 호남ㆍ충청 지역주의를 비판하는 배경에는 오히려 영남패권주의와 영남 지역당이 있다”고 날을 세웠다. 박명광 의원도 “정 전 의장에게 정치를 그만두라고 하는 노 대통령의 말에 굉장히 상처를 받았다”며 “대통령이 대통합 결의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직접 말씀하라”고 주장했다.
정 전 의장측은 노 대통령과 대립각을 분명히 세워야 대선주자로서의 동력을 찾을 수 있고 범여권 통합신당 건설도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범여권 관계자는 “고건, 정운찬의 경우와 달리 노 대통령의 ‘저격 정치’가 정치 세력을 가진 정 전 의장에겐 쉽게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참여정부 평가포럼의 김만수 집행위원장은 “정 전 의장도 참여정부의 통일부 장관으로 일했던 만큼 참여정부가 제대로 평가 받는 데 함께 하길 바란다”면서 정 전 의장측 요구를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일찌감치 김근태 전 의장을 선호 대선주자군에서 제외했지만 정 전 의장에 대해선 생각이 좀 다른 것 같다”고 말해 주목된다. 그러나 이날 정 전 의장측과 또다시 충돌함으로써 이 같은 분리 대응 전략이 실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이날 “지도자의 말이 통합을 원하는 당원, 국민에게도 아픈 상처가 되고 있다”며 노 대통령과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 등을 동시에 비판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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