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코메리카 파크에서 열린 시애틀-디트로이트전. 2-9로 뒤진 디트로이트의 9회말 마지막 공격 2사 후 페레스의 타구는 크게 원바운드된 후 이날의 ‘히어로’ 앞으로 향했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동료들은 1회부터 끝까지 마운드를 버틴 ‘무명’의 한국인 투수에게 다가가 일일이 포옹을 나누며 기쁨을 함께 했고, 마이크 하그로브 감독은 그의 엉덩이를 쳐 주며 예상을 뒤엎는 호투에 찬사를 보냈다.
시애틀 우완 백차승(27)이 생애 첫 완투승으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통산 15차례, 올시즌 4차례 선발 등판 만에 거둔 값진 승이기도 했지만 지난 2004년 빅리그 데뷔 이후 첫 완투승이어서 의미가 더 컸다. 박찬호(34ㆍ뉴욕 메츠)와 김선우(30ㆍ샌프란시스코)에 이어 한국인 사상 3번째 완투승. ‘컨트롤 아티스트’ 서재응(30ㆍ탬파베이)도, ‘핵잠수함’ 김병현(28ㆍ콜로라도)도 밟아보지 못한 고지다. 통산 횟수로는 박찬호(11회), 김선우에 이어 13번째.
삼진은 4개를 솎아냈고, 직구 최고구속은 151㎞를 찍었다. 평균자책점도 종전 7.53에서 5.91로 크게 낮췄다. 투구수는 112개로 이닝당 12.5개가 채 되지 않았고, 풀카운트까지 간 타자는 9회 폴랑코와 셰필드 뿐이었다. 특히 단 1개의 4사구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완벽한 제구력을 뽐냈다. 안타는 6개를 맞았다.
전날까지 아메리칸리그 서부 지구 3위에 머물던 시애틀은 백차승의 완투승에 힘입어 LA 에인절스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하그로브 감독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2회 이후 백차승의 호투는 정말 훌륭했다(Cha Seung was awfully good tonight after he got past the first couple of innings)”고 극찬했다.
상대는 5월 들어 8연승을 내달리고 있는 강타선의 디트로이트. 장소는 적지. 경기 전에는 비가 내려 1시간40여분 간 시작이 지연됐다. 이날 뭔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다시 마이너리그로 쫓겨날 수도 있는 중압감까지. 그러나 백차승은 이 모든 악조건을 극복하고 무4사구 완투승으로 생애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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