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9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갈등을 빚어온 당 경선 룰 중재안을 발표했으나, 박 전 대표측이 수용을 거부하면서 당 내분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강 대표는 21일 예정된 당 전국위원회에서 중재안을 담은 당헌ㆍ당규 개정안 처리를 강행할 방침이나, 박 전 대표측이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는 등 강력 반발해 분당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중재안에 대해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 자꾸 규칙을 바꿔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며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반면 이 전 시장은 “국민의 뜻과 당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측은 중재안이 전국위에서 표결에 부쳐질 경우 부결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편다는 입장이어서 전국위 표 대결을 둘러싼 양측의 전면전이 예상된다.
박 전 대표측은 15일 전국위에 앞서 열리는 상임전국위원회에서 중재안을 위헌 요소가 있는 비민주적 방안으로 규정, 당헌 당규 개정안의 발의를 원천 저지하려 할 가능성도 있어 전국위 소집이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강 대표는 이날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경선 룰 논란의 원인이 됐던 여론조사 반영비율과 관련, “일반국민 투표율이 3분의 2(67%)에 못 미치면 이를 3분의 2로 간주해 여론조사 반영비율의 가중치 산정에 적용할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또 선거인단 수를 현행 20만명에서 유권자 총수의 0.5%인 23만1,652명 규모로 확대하고, 투표소를 시군구 단위로 확대해 하루에 동시투표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강 대표는 “주자들이 애국심을 가지고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며 “전국위에 부의해 끝까지 밀고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첫째 기본원칙이 무너졌고, 둘째 당헌당규가 무너졌으며, 셋째 민주주의의 기본원칙도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해 정말 중요한 것은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며 “자꾸 룰을 흔드는 것은 어떤 개인에게는 유리할지 몰라도 당으로서는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고 이 전 시장을 겨냥했다.
박 전 대표측의 한선교 대변인은 국민투표율 하한선 보장규정에 대해 “선거에서 표의 등가성 원칙이 훼손된 것으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경원 대변인은 “경선 룰의 여론조사 규정은 여론조사 지지 비율을 표로 환산한 것으로 표의 등가성은 애당초 논의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고려대 서창캠퍼스에서 열린 특강 직후 기자들에게 “그동안 일관되게 중재안을 존중한다고 해왔다”며 “민심(비율)이 많이 반영되지 못한 것에 불만이 있지만 국민과 당원의 의사를 존중해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혼자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10일 중앙선관위에 예비후보 등록을 한 뒤 당사에서 경선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이태희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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