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제주노선 연일 만석인데 항공사는 '뾰로통'… 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제주노선 연일 만석인데 항공사는 '뾰로통'… 왜?

입력
2007.05.10 23:32
0 0

항공기 제주노선이 심각한 딜렘마에 빠져들고 있다.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불만이고, 항공사들은 항공사대로 불만이다. 항공당국이나 제주지역사회 역시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제주노선은 '만석'이다. 휴가ㆍ골프객이 몰리는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학생들의 수학ㆍ졸업여행이나 직장인 단체여행이 줄을 이으면서, 제주행 항공권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로 변했다. 한 여행사관계자는 "제주도는 이제 별도 성수기가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바로 이게 고민이다. 겉보기엔 제주도를 가려는 승객들이 늘어났으니 기뻐해야 옳지만, 내심으론 늘어나는 제주 항공수요가 반갑지 만은 않다.

사실 제주를 비롯한 국내선은 항공사에게 '돈 되는' 노선이 아니다. 차라리 비슷한 거리의 일본이나 중국을 운항하는 것이 몇 곱절 이익이 남는다. 제주행 노선을 만석으로 띄우는 것보다 단거리 해외노선을 절반 승객으로 운항하는게 훨씬 짭짤하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제로 서울-제주노선(280마일)의 평일 왕복요금은 14만원대. 반면 인천-웨이하이(247마일)나 인천-옌타이(288마일) 구간은 비슷한 거리임에도 35만1,000원으로 배 이상 비싸다.

서울-제주보다 거리가 훨씬 짧은 부산-후쿠오카(225마일) 구간 할인왕복요금도 26만3,200원으로 1.7배가량 비싸다. A항공사 관계자는 "일반석 요금의 몇 배를 더 받을 수 있는 일등석과 비즈니스석까지 합치면 국제선 이익은 제주노선보다 훨씬 늘어난다"며 "솔직히 수익을 추구하는 항공사입장에선 국내선 항공편을 쉽게 늘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만저만 불만이 아니다. 최근 어렵사리 제주를 다녀온 김모씨는 "부산이나 광주 같은 곳은 비행기가 없으면 열차나 고속버스로 갈 수 있지만 제주는 대안이 없다"며 "사실상 유일한 교통 수단인 만큼 비행기를 충분히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제주지역도 항공사들을 비판하고 있다. 제주관광협회 관계자는 "제주관광객이 2005년 500만명을 돌파한 이후 정체상태를 보이는 이유는 항공사가 비행기편을 늘리지 않기 때문"이라며 "가장 기본적인 교통수단마저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떻게 제주를 국제관광지로 육성한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건설교통부가 각 항공사에 임시편 투입을 독려하고 나섰다. 대한항공은 이 달중 특별기 168편(4만3,556석)을 추가운항키로 했고, 아시아나항공도 김포-제주, 인천-제주 노선에 61편(1만1,388석)의 특별기를 띄우기로 했다. 양대 항공사가 5월 한달간 띄우는 정기ㆍ임시편을 합치면 총 65만9.737석이나 되지만, 대기수요를 감안하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제주노선에 투입된 임시편은 김포-부산을 비롯해 여객수요가 적은 지역노선에서 돌린 것이고, 일부 항공기는 지상대기시간을 줄여 회전률을 높인 것이기 때문에, '아랫돌 빼서 윗돌괴는 식'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민간항공사에 수익 높은 국제선을 줄이라고 강제할 수도 없고, 항공기를 더 사오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일.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규모면에서 미미하지만 제주항공이나 한성항공 같은 저가 항공사들이 좀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면서 "대형 항공사들도 국적항공사로서 기본적인 국내교통수요에 대해선 책임을 지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