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채용 할 수가 없더군요." "파생상품 거래와 교육세가 어떤 연관이 있는 거죠?"
국내 외국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정부와 금융감독 당국에 불만을 쏟아냈다. 금융감독원이 4월 은행, 보험, 증권 등 외국계 금융회사 10여곳을 직접 방문, CEO들을 개별 인터뷰한 자리에서다. CEO들에게 한국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불합리한 금융규제가 만연한 곳으로 비쳐진다.
물론 '잇속 챙기기'식 불만도 적지 않다. 그러나 본국과 한국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해야 할 이들이 한국 시장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한 동북아 금융허브의 꿈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외국계 은행 CEO A씨는 은행법이 규정한 임직원 자격요건의 불합리성을 성토했다. "최근 내부 통제를 담당할 준법감시인을 구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고 있어요.
경쟁력이 있는 인물이 있어 접촉해 보면 은행법이 정한 자격요건에 맞지 않더군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력은 감독 규정도 잘 알고 영어 능력도 뛰어난 사람인데 자격요건에 맞추다 보면 뽑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능력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은 회사 몫인데, 금융기관에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은 되고 9년 근무한 사람은 안 된다는 획일적인 법의 잣대가 왜 필요한지 납득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A씨는 "차라리 의사소통이 잘 되는 외국 변호사라도 채용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다른 외국계 은행의 B 대표는 세제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은행과 보험은 교육세법에 따라 수익의 0.5%를 교육세로 내야 합니다. 금융거래 수익에 왜 교육세를 물리는지 납득이 안되지만, 국가 세수 확보 차원이라니 그렇다 치죠. 그런데 왜 많은 금융기관 중에서 유독 은행과 보험만 교육세를 내야 합니까."
파생상품 거래 수익에 대한 교육세 징수 대목에서 그는 목청을 높였다. B대표는 "파생상품 거래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거래의 특성상 어떤 거래가 있을 경우 반대되는 거래를 수반하게 된다"며 "과세 당국이 두가지 거래를 별개로 인식해 수익이 난 거래에 대해 세금을 물리면 파생 거래를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파생상품 거래는 손익이 최종 단계에서 결정되는 만큼 '순익' 기준이 아닌 '수익 총량'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면 손실이 난 거래에 대해서도 세금을 내는 격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최근 정부가 외화 대출에 대해서도 잔액의 0.36%를 신용보증료로 출연토록 한데 대해 "국내 외화 대출을 청산하고 외국에서 영업하는 곳이 늘어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외국계 금융회사 CEO들은 정부 여러 부처에 걸친 중복 감독에도 잔뜩 볼멘 소리를 냈다. "하루는 금융감독원에서, 다른 날은 한국은행에서, 또 어떤 날은 재정경제부에서 비슷비슷한 보고서를 요청합니다.
조그만 외국계 금융회사에까지 이렇게 하는데 대형 금융회사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이밖에도 "단기 외화 차입을 통한 무위험 재정 거래는 수익을 좇는 영업행위인 만큼 금융감독 당국이 과도하게 개입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전산센터의 해외 이전을 통해 데이터 처리를 해외에서 할 수 있도록 해달라" "금융업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없냐" 는 등의 건의사항도 쏟아졌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국내 현실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얘기들도 있지만, 글로벌 금융 환경을 조성하기엔 아직 국내 금융감독 시스템이나 법, 제도 등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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