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은이 시장금리가 오르도록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은은 현재의 정책기조를 고수한다는 입장이어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KDI는 10일 발표한 '2007년 상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최근 콜금리가 통화당국의 목표수준에서 괴리되고 있는 정도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콜금리가 목표수준에서 지나치게 이탈하지 않도록 관리해 통화정책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축소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어 "이를 장기간 방치할 경우 통화당국의 정책방향에 대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금리정책의 유효성을 훼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통화당국의 목표금리와 콜금리의 격차가 널뛰기를 하고 있다. 4월 말에는 콜금리가 5%를 넘으며 목표금리(4.5%)와의 괴리가 0.5% 포인트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KDI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목표금리와 연방기금 금리가 거의 비슷하게 흘러가는 모습을 제시하며 국내 통화정책이 잘못됐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한은은 최근의 금리 괴리는 일시적인 것이어서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를 바꿀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짧은 기간 그런 일은 가능하고 앞으로도 있을 수 있다"며 "그렇게 시장금리가 목표금리 위 아래로 움직이는 것이 자금 수급을 조정하면서 제대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올들어 지급준비율 마감일을 앞두고 은행들이 급전 마련에 나서면서 콜금리가 올라가도 이를 방치하고 있다. 과거에는 자금을 풀어 콜금리 인상을 제어했지만 이제 시장 논리에 맡겨 미리 대출 조절 등으로 지준을 맞추지 않은 은행에게는 부담을 준다는 전략이다. 이 총재의 발언은 이 같은 정책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 총재는 "(일시적인 괴리는)어떤 면에서는 순기능을 담당한다"고 했다.
반면 조동철 KDI 선임연구위원은 "0.25% 단위로 목표금리 조정이 이루어지는 만큼 콜금리와의 괴리는 그 이내여야 한다고 본다"며 현 상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나타냈고, 다른 연구원은 "15일 이상 지속된 괴리를 일시적이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KDI는 "작년 이후 진행돼 온 성장률 둔화 추세가 진정되는 모습"이라며 당초 예상했던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 4.4%(상반기 4.2%, 하반기 4.6%)를 유지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산업생산 증가세는 하락하고 있지만 내수와 관련된 서비스 생산은 올들어 조금씩 개선되고 있어 하반기 완만한 경기회복이 예상된다는 진단이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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