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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전시 - 이상현 개인정 <구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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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전시 - 이상현 개인정 <구운몽>

입력
2007.05.1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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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 김만중의 <구운몽> 은 17세기 조선의 판타지 소설이다. 성진이라는 남자 주인공이 아름다운 8선녀와 더불어 무릉도원에서 온갖 즐거움과 영화를 누렸는데, 깨고 보니 한바탕 꿈이더라는.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02-720-5789)에서 열리고 있는 이상현의 개인전 <구운몽> 은 서포의 <구운몽> 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이다. 인터넷의 국산 무협 게임에 나오는 이미지를 따서 변형하고 다른 이미지와 합성한 디지털 프린트들을 선보이고 있다.

실제인물과 가상인물, 게임 이미지와 그래픽 이미지가 뒤섞인 화면에서, 작가는 검은 양복과 선글라스 차림으로 잘 보이지 않는 한 구석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고, 키치 스타일로 분장한 예쁜 여고생들이 팔선녀로 등장한다.

게임 화면의 배경에 난데 없이 날아가는 모형 비행기는 작가의 발명품인 일명 ‘시공간이동호’로, 300년 전 조선에서 오늘로, 더 멀리 미래로 뻗치는 무릉도원의 꿈을 횡단한다.

갓과 도포 차림의 서포, 일제가 펴낸 조선 문화재 도록에서 빼낸 망한 왕조의 유물 사진, 토성이 떠 있는 어느 행성의 황량한 사막에 우주소년 아톰까지 죄다 나오는 초현실적인 시간여행이다.

그나저나 무릉도원은 어디에 있나. 중국풍 건물과 다리를 지나 팔선녀가 향하는 곳은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이다. 소비만능 시대, 부와 욕망이 집합한 거기가 오늘의 무릉도원이라는 이야기다.

전시장에는 구글 어쓰의 위성 지도 서비스에서 이곳을 찾아내는 과정을 담은 영상도 있다. 겨우 찾아내서 바짝 줌인 했더니 이미지가 뭉개져 버린 화면은 ‘가까이 갈수록 안 보이더라’는 멘트를 날리며 끝난다. 손에 잡히는가 싶더니 날아가버린 부질없는 꿈, 그야말로 일장춘몽이 아닌가. 16일까지.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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