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기흥사업장 LCD연구소 4층에 자리한 OLED개발실. 소니와 '큰 싸움'을 준비중인 곳이다. 발광다이오드로 불리는 OLED는 LCD에 이을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하나. 소니는 "LCD는 삼성에 밀렸지만 차세대 OLED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며 현재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연구소 벽면에 걸린 구호가 눈에 들어온다. 'We shall deliver the future, OLED!' 이백운 수석연구원은 "OLED로 약속한 (디스플레이의) 미래를 우리가 직접 펼쳐보이겠다는 각오를 나타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현재 기술개발의 선두주자는 소니. 1990년대 산요와 함께 10인치 이하 소형 OLED 분야에서 선도제품을 내놓았던 소니는 올초 27인치 TV 모델과 11인치 모델 시제품을 선보였다.
도시바와 마쓰시타 전기의 합작사인 도시바 마쓰시타 디스플레이(TMD)도 20.8인치급 AM OLED 패널개발을 완료하고 2009년부터 TV용 패널 양산에 들어갈 계획.
일본 업체들은 합종연횡을 통해 힘을 키우면서 LCD의 주도권을 한국업체에 넘겨줬던 과거의 전철을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지난해 세계 LCD TV시장을 제패한 삼성전자도 이에 질세라 OLED 부문에서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2010년초에는 세계 디스플레이시장을 LCD와 양분할 만큼 OLED시장은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 동안 휴대폰 등에 쓰이는 소형 OLED는 삼성SDI가 맡고 있는데다, 삼성전자는 LCD쪽에 무게를 둔 탓에 OLED분야에선 소니에 비해 한 걸음 뒤져 있었다.
그러나 2005년 40인치 대형 OLED TV 시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한데 이어 올 초에는 국내 최고의 LCD전문가 가운데 한 사람인 신성태 고려대 교수를 OLED개발팀장(상무)으로 영입하는데 성공, 제품 양산화를 앞당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 팀장은 고려대 물리학과 출신으로 미국 켄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귀국, 삼성 반도체 LCD선임연구원으로 일하다가 1997년 모교 교수로 부임했다. 박사과정 시절부터 20년가량 LCD를 연구해온 그는 삼성전자 스카우트 제의를 받자 정년이 보장된 대학교수직을 기꺼이 버렸다.
신 팀장은 "LCD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제품을 만들어보겠다는 개인적 꿈을 실현하기 위해 대학보다는 모든 인프라가 갖춰진 삼성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ㆍ소형은 소니가 앞서가고 있지만 대형 OLED TV제품을 선보이는 2010년께는 결국 우리가 웃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 소니의 11인치 양산 계획에 맞서 내년중 한차례 10~20인치대의 제품을 개발, 대형화에 따르는 문제점을 사전점검한 뒤 곧바로 40인치대 TV 양산기술완성을 시도한다는 것.
신 팀장은 "OLED는 중소형과 대형 제품 양산기술이 완전히 다르다. 소니가 소-중-대형으로의 순차 확대전략을 구사한다면, 우리는 오로지 대형 한 종류에 집중을 해 기술적으로 앞서 갈 것"이라고 말했다.
●OLED
LCD를 대체할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류를 흘리면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자료를 활용한다. LCD와 달리 백라이트가 필요없기 때문에 패널두께를 1㎜까지 줄 일수 있다. 화질이 우수하고 명암대비가 뚜렷한데다, 동영상 응답속도가 빠르다.
구조적으로 LCD에 비해 우수한 성질을 갖고 있어 LCD를 대체할 꿈의 디스플레이로 각광을 받고 있다. 단 제품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고, 화면 대형화가 어렵다는 것이 단점.
기흥=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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