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기능을 갖춘 ‘컨버전스’ 제품이 대세를 이루고 있던 첨단 정보기술(IT)기기 시장에 다이어트 바람이 불고 있다. 복잡한 기능에서 벗어나 본능에 충실한 ‘디버전스’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이런 현상은 소비자들이 더 이상 컨버전스 제품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기능이 포함된 제품을 선별해 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정 분야에 대한 마니아 층이 늘어나면서 이것저것 불필요한 기능이 합쳐진 ‘통합형’보다 한 분야에 전문적인 기능을 가진 ‘전문가형’ IT기기를 선호하는 것도 한 이유다. 컨버전스 제품에 비해 저렴하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도 디버전스 제품 인기 상승에 한몫을 하고 있다.
디버전스 트렌드가 나타나기 시작한 제품은 컨버전스의 대표적인 상품이라 할 수 있는 휴대폰. LG전자가 올해 3월 KTF를 통해 선보인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가 탑재돼 있지 않은 LG-KH1200(왼쪽에서 첫 번째) 모델은 디버전스 트렌드를 대표하는 제품이다.
이 휴대폰은 무선인터넷 접속이 되지 않은 대신 판매 가격(출고가격 35만원)이 10만원 이상 낮아 소비자가 호응도가 높다. 이 모델은 현재 일일 평균 2,000대 이상 팔릴 만큼 히트 상품 반열에 올라 있다.
MP3플레이어도 단순히 음악기능만 수행하는 제품이 인기다. 아이리버의 S7(가운데) 제품은 음악 재생과 라디오 수신 기능만을 갖췄다. 기능만 단순한 것이 아니라 제품에서 LCD 창을 없애 가격 부담을 줄였다. 무게도 15g 내외에 불과해 여성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340곡을 저장할 수 있어 음악 마니아들을 위한 저장공간도 충분하다.
PMP 역시 디버전스화 바람에 동참하고 있는 제품군이다. 디지털큐브가 30만원 대 후반에 출시한 모델(T43-DICㆍ왼쪽에서 세 번째)은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전자사전 등의 복합기능이 빠졌음에도 컨버전스 제품에 비해 3배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이밖에 전자사전과 내비게이션 등의 IT기기들도 MP3 같은 기타 컨버전스 기능들을 제외한 제품들이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IT 전문기기 유통매장의 한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이 복합기능보다는 본래 기능에 충실한 전문적인 IT기기를 선호하는 추세”라며 “소비자들의 기호가 편리성에서 전문성을 추구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어 이런 전문 IT기기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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