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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가족 '빗나간 인생역전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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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가족 '빗나간 인생역전 꿈'

입력
2007.05.08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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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사기피해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탈북자 가족이 마약 밀반입에까지 손을 댔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함북 온성에 살던 유모(27)씨와 남동생(24)은 2003년 9월 중국 베이징 한국영사관을 통해 남으로 건너왔다. 다음해에는 중국과 베트남을 떠돌던 가족 7명도 한국으로 왔다.

유씨는 정착지원금을 꼬박꼬박 모으고 피자ㆍ중국음식 배달을 하며 성실하게 살았다. 그러나 다단계 회사에 투자한 게 화근이었다. 그는 한국영사관 보호시설에서 만난 탈북자 이모(42)씨 소개로 이불ㆍ정수기 등을 파는 다단계 회사에 투자하며 ‘인생역전’을 꿈꿨다.

120만원을 투자하면 매일 배당금 2만원을 준다고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정착지원금 600만원을 포함한 1,000만원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설상가상으로 어머니가 최근 암 수술을 받으면서 생활이 몹시 궁핍해졌다. 이 때 이씨에게서 연락이 왔다. “중국에서 ‘얼음’(히로뽕)을 들여와 팔면 큰 돈이 된다”는 것이었다. 파지를 모아 판매하는 아버지와 암 수술을 받은 어머니, “아파트 평수를 늘리고 싶다”는 아내의 모습이 차례로 떠올랐다.

유씨는 결국 2월 17일 중국에서 히로뽕 400g을 밀반입했다. 4월엔 동생과 아내 김모(24)씨도 끌어들였다. 이들이 지금까지 들여온 히로뽕은 모두 1.54㎏으로 시가 51억원에 5만여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는 8일 유씨와 이씨 등 4명을 마약 밀반입 혐의로 구속했다. 또 이들에게서 넘겨받은 히로뽕을 서울과 경기, 부산 등에 판매한 판매책 41명과 투약사범 35명을 검거, 이 중 52명을 구속하고 2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씨 형제에게 남쪽에서 잘 살아 보려고 목숨 걸고 나온 거 아니냐고 묻자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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