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TV 수신료를 올리겠다고 나섰다. 한마디로 염치 없는 짓이다. 매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사실상 적자에, 방만한 조직과 경영에, 편파 의혹이 농후한 일부 보도에,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한 편성에, 온갖 문제로 난타를 당하는 KBS다.
최근에는 말썽 많은 정연주 사장이 연임하는 과정에서 온갖 추태를 연출했고, 어떤 경위에선지 몰라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에서도 면제됐다. 또 KBS 이사회는 이사들의 각종 수당을 올 들어 50~100% 인상한 바 있다. 이러니 일부 시민단체가 수신료 납부거부 운동에 나선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KBS의 인상 추진 명분은 두 가지다. 1981년 월 2,500원으로 책정한 이후 26년간 한 번도 인상한 적이 없다는 것과 디지털 방송 전환을 위해 재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번도 인상한 적이 없어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그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부터 KBS는 먼저 시청자와 국민에게 소상히 밝혀야 한다. 디지털 방송 전환은 민간 방송도 해야 할 과제이므로 KBS에 유독 더 많은 돈이 든다고 할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국회와 시민단체가 제기해 온 그 모든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청사진이라도 먼저 내놓고 공감과 인정을 받은 뒤에 수신료 얘기를 꺼내든지 말든지 할 일이다.
인력 과잉과 인건비 과다 부분은 어떻게 줄이고, 각종 프로그램의 수준과 방송의 공공성은 어떻게 높이고, KBS2의 광고 비중은 어떻게 낮추겠다는 등등의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고 실천해야 한다는 얘기다. 시청자들은 "수신료를 내고 싶은 방송을 만들라"고 하지 않는가.
KBS보다 공영성과 경영 면에서 훨씬 낫다는 영국의 BBC 방송과 일본의 NHK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KBS도 잘 알 것이다. NHK의 경우는 직원 수 10% 삭감 및 조직 통폐합, 임원 급여 공개 등 자체 개혁안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자 정부까지 나서서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물을 마시고 싶다면 샘을 먼저 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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