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靖國)신사에 ‘내각총리대신’명의의 공물(供物)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현직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헌물(獻物)은 1985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이후 22년만이다.
8일 일본 정부관계자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달 21~23일 개최된 야스쿠니 춘계대제 기간 중 5만엔 상당의 2m 높이 비쭈기나무 화분을 헌물했다.
나무에는 ‘내각총리대신 아베 신조’라는 명찰을 달았다. 총리 명의의 야스쿠니 헌물은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따라 중단돼 왔다.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관방장관은 이날 “총리 개인의 사상, 신조와 관계된 내용이므로 정부로서는 코멘트를 피하고 싶다”며 헌물이 아베 총리의 개인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시오자키 장관은 또 “(아베 총리가 내각총리대신이라는 직함을 썼다고 해서) 공인 자격으로 헌물했다는 뜻은 아니다”며 “헌물 비용은 공식 비용이 아니라 개인 돈으로 충당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오자키 장관은 ‘공물을 자비로 구입했는지를 입증할만한 증거를 제시해달라’는 기자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외교통상부 당국자의 논평을 통해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아베 총리가 공물을 보낸 것은 역내 평화와 안정의 근간이 되는 올바른 역사인식 정립에 역행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공물은 미묘한 시점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