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한국낭자군을 통틀어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린 김미현(30ㆍKTF)은 “골프와 씨름하다 보니 어느덧 서른이 넘었다. 이제는 좋은 사람 있으면 결혼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결혼은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닌 게 문제다.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과 키가 크면 좋겠다”며 ‘공개 구혼’으로 우승 소감을 대신했다.
어느덧 ‘여자’이고 싶은 김미현의 자태에서 백전노장의 여유가 묻어났다. 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시더릿지컨트리클럽(파71ㆍ6,602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셈그룹챔피언십 마지막날 3라운드. 이븐파 71타를 친 김미현은 최종합계 210타로 미국의 노장 줄리 잉스터(47)와 공동 1위로 마감한 뒤 연장 첫 홀에서 천금 같은 파를 기록해 올시즌 마수걸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잉스터는 보기에 그쳐 무릎을 꿇었다.
공동 선두 4명에 1타 뒤진 채 최종라운드에 들어선 김미현은 특유의 집중력과 끈기를 앞세워 짜릿한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매년 겨울 자신을 채찍질한 김미현의 끝없는 변신의 성과였다. 퍼팅이 신통치 않으면 퍼터를 매일 바꾸기도 하고 스윙 자세를 교정하는 것은 다반사였다.
지난 겨울에는 작은 체구(157㎝ㆍ45kg)에서 비롯된 핸디캡으로 지적돼 오던 비거리 향상에 주안점을 뒀다. 백스윙을 줄여 정확한 타격 포인트를 찾고 빠른 다운스윙으로 비거리를 늘리기로 한 것. 드라이버샷 평균비거리가 220~230야드에 불과했던 김미현은 지난 겨울 전담코치인 브라이언 모그로부터 하루 2시간 가량 집중적인 레슨을 받고 평균 비거리가 최대 260야드까지 향상됐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신념을 가진 김미현의 용단이 내린 수확이었다.
김미현은 “동계훈련을 통해 스윙을 간결하게 바꾼 효과가 예상보다 빨리 나타났다. 약점이던 비거리도 많이 늘어 앞으로도 좋은 소식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우승에 목말라 하던 LPGA 한국 낭자군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낸 시즌 첫 승이었다. 김미현으로서는 지난해 7월 제이미 파 오웬스코닝클래식 이후 약 10개월 만의 우승이자 개인 통산 8승째. 올시즌 7개 투어 대회에서 단 한명도 우승트로피와 인연을 맺지 못했던 한국 선수들의 부진을 맏언니가 말끔히 씻어낸 것이다. 김미현은 “그동안 외국 선수들에게 많은 견제를 받은 듯 했으나 오늘 이렇게 연장 접전 끝에 우승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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