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지인의 소개로 30대 후반 여자고객의 금융컨설팅을 했다. 그녀는 프리랜서이긴 해도 월 일정액 이상의 수입이 있고, 지금까지 모아둔 돈도 수천만원 정도 돼 앞으로는 제대로 된 투자를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상담을 마친 후 그녀를 그냥 돌려보냈다.
나는 우선 그녀에게 지금 하고 있는 투자는 어떤 것이 있고, 목표수익률은 얼마인지 물었다. 그녀는 “증권사 직원의 권유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적립식 펀드를 하나 들어두었는데, 머니마켓펀드(MMF) 종류에요”라고 대답했다.
재테크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이들은 알겠지만, 부동산펀드는 적립식 투자보다는 여유자금으로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 상품이며 MMF와는 조합이 불가능하다. 결국 그녀는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펀드가 어떤 종류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또 목표수익률을 20% 정도로 잡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목표수익률이 그 정도 수준이라면 반대로 원금의 20% 손실도 감수할 수 있냐고 되물었더니, 너무나도 쉽게 상관 없다고 했다. 불안한 마음에 원금의 20% 손실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되물었더니 그녀는 물끄러미 내 얼굴만 쳐다보았다.
적당한 투자상품을 골라줄까도 생각했지만 중간에서 소개해준 사람의 입장도 있고 해서 그녀에게 솔직히 말했다. 당신이 잡고 있는 목표수익률은 그간의 투자경험에 비해 너무 높게 잡은 것이고, 실제 투자에 앞서 재테크에 대한 공부부터 해야겠다고 말이다.
그녀는 언뜻 보기에도 나름 성공한 ‘화려한 싱글’이었다. 아마 그녀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이나 걸치고 있는 소품을 고르기 위해 여러 백화점 매장을 돌아다녔을 것이다. 또 그 같은 감각을 키우기 위해 잡지도 보고, 주변 친구들로부터 조언도 구했을 것이다. 그런 그녀가 정작 자신의 소중한 돈을 키우는 길인 투자는 ‘묻지마’ 식으로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부자가 되는 데에도 공부가 필요한 세상이다. 투자는 아무렇게나 해도 원금 정도는 보장해주는 저축이 아니다.
한 정 대우증권 압구정지점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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