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52) 대통령 당선자는 앞으로 대통령으로서 어떤 권한을 갖게 될까.
프랑스는 대통령제에 내각책임제를 가미한 혼합 정치체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통령에 대부분의 권한이 집중돼 있다.
총리 및 각료 임명권과 의회해산권을 갖고 있으며, 국가위기시 비상사태를 선포, 대통령령으로 통치할 수 있다.
해상ㆍ항공 핵무기 통제권을 갖는 군 최고사령관이자 군 통수권자로서 프랑스 독립기념일인 매년 7월14일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군사행진을 주관한다. 사법부 독립의 보장자로서 사면권도 갖는다.
지구상 가장 강력한 대통령 중 하나로 꼽히는 프랑스 대통령의 이 같은 제왕적 권한은 1958년 샤를 드 골 전 대통령의 5공화국 헌법을 통해 마련됐다.
5공화국 헌법은 인도차이나 전쟁의 실패와 알제리 전쟁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의회에는 법 제ㆍ개정과 관련된 영역만을 남겨두고, 대통령에게 국가의 영속성과 독립 및 영토보존의 보장자, 국민의 권력과 헌법의 수호자로서의 제왕적 권력을 부여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 같은 제왕적 권력을 오롯이 행사한 대통령은 드물었다. 야당이 의회 다수당으로 의회권력을 쥐게 되면 대통령은 극심한 정치적 부침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여당이, 총리는 야당이 차지하는 ‘동거정부’(Cohabitation)라고 불리는 이런 집권양상은 5공화국 이래 모두 세 차례 존재했다.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시절(1981-1995) 사회당이 다수당 장악에 실패, 야당 당수인 자크 시라크가 동거정부의 책임총리를 맡았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연임에 성공해 14년이라는 최장기 집권 기록을 세운 미테랑 대통령은 당시 권한의 상당 부분을 내각과 의회에 넘겨주고 극도로 제한된 권력만을 행사했다.
프랑스는 동거정부가 초래하는 이 같은 국정 불안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2000년 헌법을 고쳐 대통령의 임기를 7년에서 입법부의 임기와 같은 5년으로 줄였다.
이로 인해 올해 처음으로 대선과 총선이 같은 해에 치러지게 됐다. 대선 직후 의회 선거를 연이어 치름으로써 정부 여당에 권력을 몰아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 여당=다수당’이란 공식이 반드시 성립하는 것은 아니어서 사르코지 당선자가 쥐게 될 실질적인 권한의 크기는 다음달 실시되는 총선 결과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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