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민은 '사회보장 확대를 통한 연대'보다 '시장경제 체제 강화를 통한 성장'을 선택했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우파인 대중운동연합(UMP)의 니콜라 사르코지가 사회당(PS)의 세골렌 루아얄 후보를 6% 남짓한 차로 누르고 승리한 것은 그런 의미를 갖는다. 사회당은 대선에서 3번이나 연속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프랑스는 그 동안 유럽 복지정책의 대변국 역할을 수행해 왔다. 우파인 시라크 대통령의 재임 기간에도 이 전통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경제성장률은 같은 대열의 선진국에 비해 매년 1% 정도 뒤떨어졌으나, 사회 갈등도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침체 분위기가 좌ㆍ우익 모두에게 불만스러웠고, 강한 프랑스와 선명한 정책을 표방한 사르코지가 당선되기에 이른 것이다.
사르코지는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감세, 주 35시간 근로제 개편과 근로시간 연장, 미국식 자유시장 경제체제 적극 도입 등을 주장해 왔다. 따라서 성장위주의 시장경제 쪽으로 경제개혁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부시 행정부와의 관계도 종전보다 원만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르코지가 국제무대에서 유럽 역할의 증대를 외교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이고 극적인 변화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북한과 관련해서도 한반도 비핵화와 6자 회담에서 프랑스의 기본 입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프랑스 대선은 국민의 높은 투표율에서 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달 1차 투표율은 83.8%, 이번 결선 투표율은 84%라는 높은 수치로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주의가 만연해 있는 세계 여러 나라를 놀라게 했다.
좌ㆍ우파와 전후세대 남녀 후보의 대결이라는 외형적 요인이 국내외의 관심을 증폭시키기도 했으나, 근본적으로는 후보 간의 분명하고 치열한 정책대결 등이 국민을 투표장으로 이끈 것이다.
정책 대결은커녕 여전히 이합집산에 상호 비난을 거듭하고 있는 여권이나 경선 룰을 놓고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야당을 보면서,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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