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네까, A사 고객지원센터입네다."
회사원 K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얼마 전 구입한 외국기업의 노트북을 사후관리서비스(AS) 받기 위해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더니 이상한 우리말이 흘러나왔다.
북한말 같기도 하고 TV에서 들은 중국 옌벤의 조선족 사투리 같기도 했다. 이후 민원사항을 설명했으나 고객센터 직원의 독특한 억양과 발음을 도통 알아듣기 힘들었다. K씨는 어렵게 AS를 접수했지만 일 처리가 제대로 될 지 불안했다.
요즘 외국계 기업의 고객지원센터에 전화했다가 희한한 우리말에 당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이유는 한가지다. 고객지원센터가 국내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델컴퓨터, 한국HP,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등 일부 외국계 정보기술(IT) 기업들은 고객지원센터를 중국, 싱가포르 등 해외에 두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국내 인건비가 올라가자 비용 절감을 위해 고객지원센터만 외국에 배치하고 있다. 한국델컴퓨터와 한국HP는 중국 다롄, 한국MS는 싱가포르에 고객지원센터가 있다.
비단 한국 뿐만이 아니다. 델컴퓨터 등은 한국 중국 일본의 고객지원센터를 한꺼번에 통합해 중국에서 운영하고 있다. 물론 각국 언어를 지원하는 현지인들을 뽑아서 고객상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델컴퓨터 관계자는 "한국어의 경우 현지 조선족을 선발해 별도 교육을 시킨다"며 "컴퓨터(PC)와 노트북 등은 모두 다롄에서 상담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억양은 물론이고 북한 사투리까지 섞여 있어 대화 진행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심지어 모 업체의 경우 한국 지사 직원과 고객상담센터 사이에도 우리말로 의사소통이 힘들어 아예 중국 직원과 영어로 업무를 보기도 한다.
한국MS도 비디오 게임기 엑스박스360의 고객상담을 싱가포르에서 수신자부담 전화로 받고 있다. 역시 비용절감이 가장 큰 이유다. 다행히 중국보다는 의사소통이 원활하지만 간혹 영어 발음이 섞인 직원들이 전화를 받으면 말투가 부자연스럽다.
한국HP 관계자는 "고객지원센터의 지역별 통합은 국제적인 추세"라며 "미국인을 위한 고객지원센터들은 대부분 인도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HP 관계자는 "인도 고객지원센터 역시 똑같은 언어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으나 교육을 통해 해결했다"며 "중국 고객지원센터의 경우 청강문화산업대 학생들을 채용하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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