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명이 카라(Korea Animal Right Advocates)다. 풀이를 하자면 '동물권을 옹호하는 사람들'일 듯하다. 5년 전 설립되어 8,000여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는 '온 힘을 다해' 낙후된 생명존중 의식을 높이고, 동물도 존중 받을 소중한 생명임을 일깨워 왔다고 한다.
활동은 주로 동물보호법 연구와 새로운 제안, 무분별한 동물실험 반대, 모피사용 반대, 농장동물의 복지개선, 채식 권장, 반려동물 식용반대 등이다. 인권도 채 뿌리 내리지 못한 척박한 풍토에서 동물권을 옹호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듯하다.
▦ 카라는 동물보호잡지 '아름품'을 창간할 예정이라며, 축하 글을 부탁해 왔다. 칼럼 '피 문화에서 나무 문화로'(2001년)를 쓴 적이 있다 보니 거절하기 힘들었다. 자기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동물의 생명을 빼앗아야 하는 육식동물의 잔인한 운명에 대해 쓴 글이었다. 또한 '인간의 신체구조는 채식에 적합한 것 같다.
동물을 포획하기 위한 날카롭고 튼튼한 발톱과 뾰족한 이빨도 없는 대신, 열매와 채소를 모으는 따뜻한 손과 그것을 씹기에 적합한 네모난 이빨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는 누군가의 글도 인용했다.
▦ '인간의 성장을 도운 동물'(2002년)이라는 글도 썼다.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보신탕논란이 뜨거울 때, '누렁이 살리기 운동본부' 등이 벌인 개고기와 동물학대를 추방하자는 캠페인을 지지하는 칼럼이었다. 5~7 줄 분량의 짧은 글 청탁이라, 이번에도 쉽게 생각하고 승낙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글을 쓸 수 없었다.
사회현상에 객관적 발언을 하는 칼럼과는 달리, 내 인격과 내면을 드러내야 하는, 참으로 어려운 글이었다. 지켜야 할 약속의 글이기도 했다. 며칠을 끙끙대는데 답답한지 청탁한 담당자가 전화를 했다. 충고대로, 편하게 맘먹고 쓰기로 했다. 그의 허락을 받아, 써 보낸 축하의 글을 소개한다.
▦ '나는 채식의 비중을 높이려 하지만, 윤리적 기준 때문은 아니다. 채식이 건강에 필요하고 더 청량감을 주는, 이기적 이유 때문이다. 한 가닥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육식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산다. 그러면서 불교의 채식전통을 부러워한다. 나는 모순 덩어리다.
집의 소파도 가죽으로 되어 있다. 그러면서 창간 축하 글을 거절하지 못했다. 나는 위선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진심으로 창간을 축하하고, 동물을 보호하는 대열에 서고 싶다. 나의 모순과 위선을 가능한 한 줄여가고 싶다.'
박래부 논설위원실장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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