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음에 부모가 될 경우 우리 부모님처럼 자식에게 헌신적으로 잘할 자신은 없습니다. 이제 그분들의 인생을 즐길 수 있도록 해 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6일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우승, 신인으로 프로 데뷔전을 포함해 사상 첫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진기록을 수립한 ‘슈퍼루키’ 김경태(21)는 어버이날을 맞아 할말이 많았다.
매경오픈 폐막 이튿날인 7일 김경태를 대회가 열렸던 경기 성남의 남서울골프장에서 만났다. 청바지에 셔츠 차림의 편안한 복장으로 나타난 김경태의 표정은 밝았다. 아직도 전날의 우승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인터뷰 내내 축하 전화와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효자 챔피언
어버이날 선물에 대해 김경태는 “최근 2개 대회 우승이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또 다른 뭔가의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은데 뭐가 좋을지 정하지 못해 누나와 상의해 결정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김경태는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어린 나이지만 속이 꽉 찬 효자다. 김경태는 “사실 우리 집 형편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어려웠다. 그 때문에 골프에만 더욱 열중했던 것 같다”면서 “어려운 형편에도 저를 위해 헌신적으로 뒷바라지 해 준 부모님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아버지 김기창(54)씨는 강원도 속초의 실내 연습장에서 레슨을 하면서 어렵게 김경태를 뒷바라지했다. 김경태가 고교에 진학한 뒤에는 아예 일자리도 접고 캐디로 나섰다. 사실상 수입이 없는 상태. 그나마 김경태가 골프에 소질을 보여 자식의 미래를 위해 부모의 인생을 포기한 것이다. 김기창씨는 젊은시절 프로지망생이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어머니 조복순(51)씨는 5, 6년전부터 매일 아침 새벽기도를 통해 아들의 장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김경태는 “앞으로 부모님의 인생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제가 다 돌려 드리고 싶다. 그러기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평범하게 살고 싶은 외유내강형
김경태는 지금까지 대회에 나가 한 번도 자신 있다고 느낀 적이 없다. 항상 불안하고 초조해 하는 스타일이다. 대회 때 새 용품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 습관도 이와 무관치 않다. 새 장갑을 받아도 며칠 전부터 손에 익힌 뒤에야 대회 때 끼고 나간다. 그러나 코스에 들어서면 의외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도 김경태만의 ‘특이 체질’이다.
‘골프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이라는 질문에 김경태는 “평범한 삶을 좋아한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 휴일에 쉬는 전형적인 직장인이 꿈이었다”면서 “지금도 휴일이며 쉴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생활을 동경하고 있다”고 했다.
‘우승 제조기’ 치고는 승부사 기질이 보지않는다. 그러나 주변의 이야기는 다르다. 김경태를 중학교 때부터 가르치고 있는 스승 한연희 골프국가대표 감독은 “겉으로는 약해보이지만 내면적으로 승부근성이 강한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라고 설명한다.
남서울 소속프로 우승자와 삼계탕 파티
기대주이면서도 아직 스폰서를 만나지 못하고 있는 김경태는 올해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번 대회가 열렸던 남서울골프장의 직원으로 채용됐다. 소속 프로인 셈이다. 이곳에는 ‘백전노장’ 최상호(52)가 터줏대감으로 자리잡고 있다. 연봉이 궁금했다. “정확히는 잘 모르지만 2,000만원이 안될 걸요”라고 했다.
김경태는 남서울골프장 직원들에게 우승턱으로 삼계탕을 사야한다고 했다. 남서울골프장 소속프로들이 대회에 나가서 우승하면 골프장의 모든 직원들에게 삼계탕 파티를 열어주는 전통 때문이다. 토마토저축은행 우승분까지 두 차례를 내야하지만 신입사원이라 한번으로 탕감해줬단다.
김경태는 “남서울 관계자들과 최상호 프로, 그리고 한연희 감독 등에게 너무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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