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혜택은 한ㆍ미 FTA에 버금가면서도, 논란거리는 훨씬 적은 협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한ㆍEU FTA는 협상 시작 전에 이미 한ㆍ미 FTA 협상에서 논란이 됐던 몇 가지 쟁점들이 정리되고 있다.
우선 투자자가 상대국가에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에 대해 EU는 원칙적으로 FTA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ㆍ미 FTA 협상에서는 미국인 투자자가 소송을 통해 정부정책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에 ISD가 논란의 핵심이었다.
광우병이 수시로 발생하는 영국 등 유럽산 쇠고기가 한국에 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줄어들고 있다. 미국은 쇠고기 검역완화 문제를 FTA와 연계해 압박했지만, 유럽은 개별 품목의 검역문제는 FTA와는 별개라는 원칙에 충실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발효된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의 FTA에서도 쇠고기 수입은 제외됐다. 김한수 한ㆍEU FTA 한국 수석대표는 “유럽은 영국처럼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관련 등급조차 받은 못한 나라들이 있기 때문에 쇠고기 수입 압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국의 민감 농산물을 존중해주는 EU의 전통에 비춰볼 때, 한ㆍ미 FTA처럼 농산물 분야의 격한 대립도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한ㆍ미 FTA 협상에서 한국측의 속을 썩였던 미국의 섬유분야 ‘얀 포워드’ 원칙도 EU에는 없다. 한ㆍ미 FTA에서는 실 생산지를 섬유 원산지로 보는 미국의 얀 포워드 원칙 때문에 중국 실로 의류를 만드는 한국 업체들은 한ㆍ미 FTA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측은 끝까지 얀 포워드 적용에서 제외되는 품목을 늘리려고 했으나 많이 얻어내지 못했다.
서비스 분야에서도 개방하지 않을 부분만 명시하고 나머지는 모두 개방하도록 하는 미국과 달리, EU는 개방할 부분만 명시하는 ‘포지티브’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개방분야가 한ㆍ미 FTA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ㆍEU FTA 협상에서 상품의 관세철폐라는 FTA의 핵심만 이뤄내도 얻을 것이 상당하다고 정부는 분석하고 있다. EU의 경우 전기기기 14%, 섬유 12%, 자동차 10% 등 한국의 수출 주력제품 관세가 미국보다 높다.
EU는 한국정부에게 자동차 기술ㆍ환경 표준 같은 비관세 영역의 규제를 EU에 유리하게 바꾸도록 하는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또 명품의류나 화장품 등에 있어서 지적재산권 강화를 요구하고, 의약품에 있어서는 특허심사 지연에 따른 특허기간 보상 연장, 약제비 책정에 대한 이의제기 인정과 같이 미국이 요구했던 것을 그대로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정부는 스위스 등 EFTA 국가와의 FTA에서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을 받아낸 바 있어 한ㆍEU FTA 협상에서도 이를 관철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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