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에서 한국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큰 규모의 한국 문화예술 전시회를 여는 건 어떻습니까?" "세상에! 큰 규모의 전시회를 열 만한 작품들이 한국에 충분히 있나요?"
빅터 웨이 주한벨기에 대사는 최근 자국에 한국을 알리기 위해 한국 전시회 개최를 본국에 건의했다. 그러나 본국의 반응은 냉담했다며 자조 섞인 표정이다.
주한 벨기에 대사로서 벨기에를 한국에 홍보하려면 벨기에에도 한국이 잘 알려져야 일하기 편한데, 놀랍게도 한국이 너무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애로사항이 많다고 토로한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한국이 홍보를 제대로 안 한 것이다.
우리는 세계 11위권의 경제 대국 운운하지만 한국에 대한 인지도는 여전히 낮다. 오노라 코피 주한 코티디부아르 대사는 외교 활동의 가장 큰 어려움은 본국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전체가 한국을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삼성, LG, 현대와 같은 기업과 한국의 경제성장 등은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2004 월드컵과 같은 이벤트를 빼면 한국에 대해 알려진 게 거의 없는 실정이다.
마리우스 그리니우스 주한 캐나다 대사는 "캐나다에서는 한국이 휴대폰과 자동차, IT의 최첨단의 나라로만 알려져 있을 뿐 산도 강도 없는 나라로 취급된다"며 이해 부족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주한 외교사절들은 한국의 대외정책이 한반도 문제, 즉 북한 핵문제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북핵 문제에 빠져있다 보니 한국의 고유한 문화나 전통을 알리는 일은 등한시한 것이다.
또 한국은 아시아에서 중국과 일본이라는 강대국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다. 주한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는 "서울이 북경보다 물가가 훨씬 비싼데 주한 러시아 외교관의 월급보다 주중 러시아 외교관의 월급이 훨씬 많다"며 "이는 한국이 중국보다 덜 중요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를 알리는 것이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북핵 문제에서 빠져 있지 말고 우리의 이미지를 포괄적으로 홍보할 때가 된 것 같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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