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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구조 빅뱅/ "피고인 인권중심으로"… 검사와 마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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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구조 빅뱅/ "피고인 인권중심으로"… 검사와 마주본다

입력
2007.05.06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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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6일 서울중앙지법 OOO호 법정.

“피고인, 2007년 1월 20일 오후 3시께 H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모씨를 만난 적이 있지 않습니까.”

뇌물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은 검사의 다그치기식 신문이 이어지자 답변을 멈춘 뒤 바로 옆 자리의 변호사 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변호사와 잠시 귀엣말을 나눈 피고인은 단호하게 “그런 일 없습니다”고 대답한다.

내년부터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법정의 한 풍경이다. 피고인이 변호인과 나란히 앉아서 검사와 마주보며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형태로 우리 법정의 구조가 바뀌기 때문이다. 피고인이 법정의 말석에서 검사의 신문을 받아야 하는 현재의 ‘위치 차별’이 법정에서 사라진다는 얘기다.

지난달 30일 개정 형사소송법과 국민참여재판법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법정의 구조 자체가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상황의 변화가 예상된다. 개정형사소송법은 “검사의 좌석과 피고인 및 변호인의 좌석은 대등하며 법대의 좌우측에 마주 보고 위치하고”로, 국민참여재판법은 “검사와 피고인 및 변호인은 대등하게 마주보고 위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상희 한양대(법대) 교수는 “피고인이 심판을 받기 위해 염라대왕 앞에 선 것 같은 입장에서 검사와 동등한 재판의 당사자로 인정받는 획기적 변화”라고 평가했다.

피고인의 지위향상으로 부인(否認)재판이 증가할 가능성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 자유변론을 허용하는 공판중심주의를 도입한 뒤로 사법부는 이미 재판지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법정구조의 변화는 50여년 만이다. 피고인이 현재처럼 재판장과 마주보게 된 것은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후부터다. 그 이전에는 법대에 재판부와 검사가 함께 열석(列席)하는 일제시대의 관행을 따랐다. 형소법 제정에 따라 검사가 법대에서 내려갈 수밖에 없자 검찰은 재판을 거부하면서까지 반발했다고 한다. 대법원이 발간한 법원사에는 “검사의 위치가 한단계 낮아지면서 처음에는 검사들이 공판 입회를 꺼리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당시를 설명하고 있다.

배심원이 유무죄 판단에 참여하는 길을 튼 국민참여재판법을 두고도 법원과 검찰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사법개혁위원회가 애초 법사위에 상정한 안은 확정안과 같았으나 일부 의원들이 배심재판의 이념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법정구조는 미국식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검찰측은 “피고인과 마주보는 형태의 형소법 개정안에 동의해 준 마당에 피고인과 나란히 재판부에 호소하는 형태로 배치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법정 구조의 탈바꿈은 법조계 권력의 중심이 법원으로 ‘한 클릭’더 옮겨지는 것을 의미한다. 참여연대 사법감시팀 관계자는 “검사가 재판부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형태는 피했지만 피고인과 대등한 위치에서 재판부에게 유무죄를 다투는 입장이 됐다는 점에서 검사의 권력이 상대적으로 약화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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