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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아인슈타인-보른 서한집' 두 물리학 거장의 서신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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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아인슈타인-보른 서한집' 두 물리학 거장의 서신을 엿보다

입력
2007.05.04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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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보른 서한집

절친한 친구끼리 편지로 우정을 나눠본 적이 있는가.

20세기를 대표하는 두 물리학자 아인슈타인(1879~1955)과 막스 보른(1882~1970)이 주고 받은 서한 모음집이 발간됐다.

둘 사이의 우정은 물론, 세상을 보는 눈과 과학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둘 중 보른은 아인슈타인에 비해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으나 양자 역학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거장이다. 편지를 주고 받은 둘은 절친한 친구 사이로, 대중을 향해 거침없이 사회적 발언을 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둘이 주고 받은 서한은 1916~55년 사이에 쓰여진 것으로,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거친 시기였다. 과학자의 눈으로 세계적 난국에 대응하는 지성인의 태도를 살필 수 있다는 점은 그들의 서한이 주목 받는 이유 중 하나이다.

“저를 가장 침울하게 만드는 생각은 그 자체로 너무나 아름다우며 인간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과학이 단지 파괴와 죽음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입니다.” (1944년 7월, 보른의 편지 중 일부)

“약 25년 전 우리가 함께 독일 내 혁명세력을 정직한 민주주의자로 전향 시킬 수 있다고 확신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는지요? (중략) 우리들 중 누구도 척수가 뇌 자체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 지배력이 훨씬 더 강력한지 깨닫지 못했습니다.” (1944년 9월 아인슈타인의 편지 중 일부)

편지에서 보듯 보른은 과학자들의 국제조직을 결성하고 그 단체가 정부와 권력의 도구가 아닌 세계의 권력을 제어하고 안정화할 수 있는 세력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아인슈타인에게 강조한다.

반면 아인슈타인의 답장은 이성에 의해서 인류를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을 보류하는 태도를 보인다. 두 사람의 시각 차이는 결과적으로 1945년 원자폭탄의 투하에서 드러난다.

보른은 편지에 덧붙인 해설에서, 자신의 문제의식은 과학기술을 이용한 대량 살상의 정당화 여부를 따지는 윤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생명이 지속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이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핵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아인슈타인이 무기를 사용해 히틀러를 제재해야 한다는 생각에 고무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보른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처럼 이들의 서한은 출간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 두 과학자의 내밀한 고민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양자 이론에 대한 논쟁, 베토벤 음악에 대한 경탄, 유대인에 대한 대량 살상, 동료들의 죽음, 원폭 투하 등에 대한 그들의 시각차를 책 속에서 발견하는 것은 이 책이 가진 미덕이다.

구스타프 보른 외 편집ㆍ박인순 옮김 / 범양사 발행ㆍ456쪽ㆍ2만3,000원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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