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의 원칙… 무조건적 옹호·권력의 비대화 경계
전쟁과 테러, 자연재해, 금융대란…. 현대인들은 갖가지 위험에 둘러싸인 채 살아간다. 사람들은 위험에 빠질 확률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보험을 들고, 일정 부분의 자유를 포기하면서까지 안전을 보장 받고 싶어한다.
CCTV의 무례한 시선을 허락하고, 공항 검색대에 몸을 맡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독일 사회학자인 저자는 현대 정치의 주도적 이념은 자유, 평등, 박애가 아니라 안전이며, 안전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핵심 원칙이라고 주장한다. 개인의 생존 문제 앞에서 인권이나 정의 같은 가치는 힘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주장의 이유로 전 지구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서방 국가와 이슬람 지하드의 테러 전쟁, 그리고 현대 복지 국가들이 안고 있는 재정 위기를 든다.
이 책은 현대사회의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각종 위험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제도, 그에 따르는 비용 문제까지 차분하게 짚어나간다. 대인관계부터 시작해서 경제, 전쟁, 테러, 국가 등으로 논점을 발전시켜 나가던 이 책은 자유와 안전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숨을 고른다.
저자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과 이에 따른 ‘안전 이데올로기’의 가장 큰 수혜자는 국가라고 파악한다.
사람들은 목소리를 포기하는 대신 국가로부터 안전을 보장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는 안전을 대가로 국민의 자유에 제약을 가한다. 안전에 대한 갈망으로부터 정당성을 확보한 국가는 경찰, 군대, 법 등을 동원해 폭력을 독점한다.
자유가 축소되는 만큼 위험이 줄어든다면 균형을 갖춘 정치겠지만, 안전은 확보되지 않고 자유만 파괴된다면 이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자유와 안전을 양쪽에 둔 외줄타기에서 우리는 어느 지점에 서야 할까.
저자는 자유에 대한 무조건적 옹호와 국가 권력의 비대화를 모두 경계하면서도 “시민들이 타인의 자유를 보호하는 데 관심을 가질수록 국가의 힘은 그만큼 줄어든다. 논쟁, 공동체 정신, 사회적 통제와 자기 규율은 안전 국가를 위협하는 제반 요인에 맞서는 가장 안전한 보루”라는 힌트를 남긴다.
볼프강 조프스키 지음ㆍ이한우 옮김 / 푸른숲 발행ㆍ256쪽ㆍ1만원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