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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새 앨범 '문 일루젼'낸 이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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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새 앨범 '문 일루젼'낸 이정식

입력
2007.05.04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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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이정식(46)을 한국의 ‘존 콜트레인’이라고 한다. 그 직유법은 외형적으로 합당하다. 스탠더드와 창작 재즈를, 초절 기교의 테너 색소폰과 소프라노 색소폰으로 난사한다는 점에서 둘은 흡사하다.

그러나 최근 그는 자신이 ‘한국의’ 존 콜트레인 임을 입증하고 있다. 4년 만에 낸 앨범 <문 일루젼(moon illusion)> 은 이정식이 그의 고향 한국의 음악적 자산에 드디어 안착했음을 알려 주는 섬광들로 찬란하다. 콜트레인의 재즈가 깊어지면서 흑인의 본향인 아프리카 토속 음악 어법을 적극 도입했던 것과 흡사하다.

모두 8곡이 수록된 신보는 소비 상품으로서의, 발라드나 댄스 뮤직 어딘가에서 서성대는 재즈를 거부한다. 실험 정신과 새 예술의 실체를 날것으로 보여 준다. 이승철이나 서태지와아이들의 음반에서 세션 맨으로 출연하는 등 대중 연예인으로서도 인식돼 온 저간의 행보를 깡그리 불식하는 행보다.

. 앨범의 머리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나른한 태양’이라는 제목답게, 몽환적인 선율이 게으르게 흘러 나온다. 매우 듣기 힘들 뿐더러 연주부터가 대단히 까다로운 베이스 클라리넷 소리다. 테너ㆍ소프라노 색소폰은 물론 식금(대금을 자기 식으로 개조해 자신의 이름을 넣은 창작 악기), 아이리시 플루트, 반수리(인도 피리) 등 모두 6가지 악기를 구사, 한꺼번에 색소폰 두 개를 입에 물고 연주하는 라산 롤런드 커크를 무색케 한다.

즉흥의 어법을 극으로 밀어 부친 은 프리 재즈 타악의 거장 고 김대환씨에게 헌정하는 곡이다. 검은 비란 김씨의 호 ‘흑우(黑雨)’를 푼 말이다. 프리 재즈 음반이되, 왼쪽으로만 치닫지 않는다는 점도 이번 앨범의 특징.

갖가지 세션 활동을 통해 대중의 요구가 뭔지를 정확히 간파해 온 이정식은 그들을 위한 배려 또한 잊지 않았다. 가 그 접점이다. 동명의 인기 팝송을 발라드 재즈처럼 변주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아리랑> 의 주제와 얽혀 들어간다. 그의 본령, 재즈적 자유에 동참한 재즈맨들은 장재효(타악ㆍ보컬) 최우준(기타) 이발차(키보드) 등이다. 프로듀서 남무성.

그는 3~10일 아프리카의 짐바브웨에서 열리는 월드뮤직 축제에 참여,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국악 재즈 그룹 바이날로그(LP판을 뜻하는 ‘비닐’과 ‘아날로그’ 예술을 합쳐 만든 이름)와 협연으로, 한국인만이 할 수 있는 재즈를 보여주고 있다. 그 같은 현장성은 새롭지 않으면 예술이 아니라는 명제를 입증하는 이번 앨범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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