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히 '행사의 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각종 기념일이 즐비하고, 축하하지 않을 수 없는 각종 모임에 하객으로 참석해야 한다. 그러니 월급쟁이들에겐 5월이 새로운 보릿고개가 된다.
그 여러 가지 행사 가운데도 가장 강력한 것이 어린이날이라고 할 만 하다. 여느 행사와 달리 수혜를 별로 기억하지 못할 어린이에게 모든 관계자들이 사랑을 고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어린이날 폐지론이 등장했다는 말도 들린다. 일년 내내 어린이를 위해서 사는데 거기에 하루 기념일까지 잡아서 행사를 치러야 하느냐는 이유다.
● 교육과 안전 문제 되돌아봐야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런데 정작 어린이날에 어른들이 생각해야 할 것은 다른 것이라고 본다. 하나는 아이들의 교육과 안전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이 유난히 높다지만, 거기에 철학이 없다면 오히려 아이들을 그르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높은 교육열에 무슨 철학이 담겨 있었는가 되물어야 할 때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개한테 다리를 물려 고생한 적이 있는 황소가 개를 이길 방법을 연구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개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별다른 것이 없어 보였는데, 어느날 발견한 것이 개는 고기를 먹는 것이었다.
그것이 자신보다 덩치가 작은 개가 자신을 이길 수 있는 힘의 원천이라고 판단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해답은 간단했다. 황소도 고기를 먹고 체력을 기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광우병에 걸렸다.
이 이야기는 우리 한국과 한국 교육의 현실을 동물의 세계에 빗댄 이야기다. 식민지배와 개발지상 시대를 겪으면서 자란 부모세대의 쓸쓸한 자화상이기도 하다. 마치 집안내력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조상 묘의 비문을 못 읽는 꼴이다. 또 하나 생각해봐야 할 것은 부모의 희생이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부모 고생 알아주고 저절로 바르게 커주면 오죽 좋겠는가. 그러나 사람마다 근기가 있는 법. 부모의 올바른 가치관이 아이를 바르게 세우는 것임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부모가 흔들리지 않아야 자식도 흔들리지 않는다
어린이들의 안전에 대하여는 여러 각도에서 말할 수 있겠다. 부모들은 먼저 아이들이 학교에 오가는 통학로가 겁이 난다. 최근 발생한 여러 사건은 예전처럼 불량식품을 걱정하는 것을 복에 겨운 소리로 들리게 한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어떤 이유에서도 용서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법치의 문제를 다루는 높은 분들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네들이야 자녀들의 안전을 확실하게 보장하는 생활 속에 있어 그런지 서민들의 눈물은 보이지 않는 듯 하다. 하긴 자식이 맞고 와도 참는 게 이기는 거라고 가르쳐야 하는 부모보다야 낫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 성범죄 대책소홀 반성부터
더 어이없는 것은 아동대상 성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이다. 엉뚱한 시민단체가 넘치지만 중에도 가장 황당한 것이 아동대상 성범죄자들의 인권을 들먹이는 집단이다.
성범죄자들의 인권은 보이고, 피해 아동의 인권은 보이지 않는가. 누구의 인권을 먼저 보호해야 하는가. 아동상대 성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는 데도, 또 그런 일이 있었나 대수롭지 않게 여길 정도가 된 데는 이런 탓이 크다.
이 두 가지만이라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어린이날에 어른들이 할 일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세상은 온통 대선 이야기뿐이다. 어린이들은 표가 없다. 뭐 이만하면 더 할 이야기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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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서울여대 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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