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김승연(55) 회장과 보복 폭행 현장에 동반한 것으로 피해자들이 진술한 협력업체 사장 A씨의 것으로 알려진 휴대폰이 사건 당일인 지난달 8일 청계산에서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한화 측은 지금까지 김 회장은 물론 경호원 등도 청계산에 간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어 이 휴대폰이 A씨의 것이 맞다면 한화 측의 진술을 무너뜨릴 첫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르면 4일 김 회장 등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휴대폰 사용 시간 장소 피해자 진술과 일치
3일 경찰, MBC 등에 따르면 A씨의 것으로 알려진 휴대폰에 지난달 8일 오후7시30분께‘010-3825-XXXX’ 번호의 전화가 왔다. 이 휴대폰은 오후8시30분 강남구 청담4거리에서 600m정도 떨어진 영동대교 남단에서 사용됐고, 오후10시에는 청계산 근처에서 사용됐다. 9일 오전1시께는 북창동 인근에서 신호가 포착됐다.
이는 청담동 G가라오케로 7시께 불려가 오후9시께 청계산 공사현장에서 폭행당한 뒤 오후11시께 북창동 S클럽으로 끌려와 9일 자정께까지 얻어맞았다는 피해자들의 진술과 시간, 장소가 일치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 휴대폰이 A씨의 것으로 확인되면 청계산에서 폭행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물증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처음 전화를 걸어온‘010-3825-XXXX’전화가 한화 측 휴대폰으로 확인되면 연결고리는 한층 확실해 질 것”이라고 밝혔다.
A씨, 조폭 협조 받아 김 회장 도왔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한화의 건설 관련 용역 협력업체 사장인 A씨는 사건 당일 목포 출신 조폭 원로 C씨와 손잡고 보복 폭행 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피해자인 북창동 S클럽 조모(41) 사장과 조폭 B파 간부 등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인 S클럽 종업원들을 수배해주고, 김 회장 대신 위로금 500만원을 건네는 등 보복 폭행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김 회장을 도왔다.
A씨는 김 회장이 아들을 폭행한 북창동 술집 직원들을 찾는다는 얘기를 듣고 C씨를 통해 S클럽 직원임을 확인했다. C씨는 이어 조 사장 사장에게 김 회장이 사과를 원한다는 사실을 전했다. 조 사장은 본지 기자와 만나 “A씨와 C씨 등이 ‘조용히 있으면 한화 측에서 (S클럽에) 잘해 주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A씨와 C씨는 보복 폭행은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영장 신청 어려움 없다
경찰은 늦어도 주말까지는 김 회장 등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주상용 경찰청 수사국장은 3일 한화그룹을 대놓고 비난하는 등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폭행사건 발생시 피해자 진술과 목격자 1,2명의 진술, 진단서만 있으면 영장을 발부 받을 수 있다”며 “지금 확보한 자료만으로도 영장 신청에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주 국장은 “뺨을 한 대 맞아도 고소하는 세상인데 피해자들은 고소는커녕 진술도 안 하려 했다”며 “한화가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했는데 피해자 진술을 받아낸 것만으로도 상당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날 S클럽에서 현장 검증을 실시하고, 김 회장의 2년 전 강남구 논현동 룸살롱 폭행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에도 나섰다.
박경우기자 gwpark@hk.co.kr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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