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도 폭염 안전지대가 아니다”는 우려섞인 전망이 기상과학계 일각에서 제기되자 기상청이 일찌감치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폭염특보제’가 폭염을 잠재우는 소방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기상청이 내린 결론이다.
기상청은 2일 “무더위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폭염특보제’를 7월부터 시범 운영한 뒤 2008년부터 정식 도입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폭염특보는 무더위의 정도에 따라 주의보, 경보 2단계로 발효된다.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넘을 때 폭염주의보, 35도를 넘으면 폭염경보로 대체한다. 온도만을 기준으로 고온 건강경보를 내리고 있는 영국 프랑스 등 다른 나라들과 달리 고온 다습한 한반도의 여름철 특성을 감안, 특보 발령에 습도도 고려 대상이 될 전망이다. 습도가 체감 더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또 시범 운영기간이긴 하지만 올해부터 폭염 관련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해 국민들이 야외 활동을 하는데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짜증이 날 정도의 여름철 높은 기온으로 외부 활동을 망설였던 고민은 다소 해결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이달 중 기온과 습도를 고려한 지수 및 특보기준을 마련하고 6월에 폭염지수 분포도 생산시스템 구축과 특보 시험운영방안을 강구한 뒤 7∼9월 시범 운영키로 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미 열파(폭염)특보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여름철 더위가 앞으로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고온으로 인한 인명피해와 산업 분야에 끼칠 악영향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 실정에 맞는 폭염특보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는 기상청이 폭염특보제를 도입키로 한 배경에는 다분히 현실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전 지구적으로 평균 기온은 0.74도 상승한 반면, 한반도 지역은 그 두 배에 해당하는 1.5도가 상승했다는 유엔 산하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의 보고서와 1980년대 후반부터 한반도의 기온상승 추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점 등이 이유다.
연구보고서도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박정임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미래의 여름철 무더위로 인한 초과사망’ 보고서에서 “25년 뒤에는 서울에서 더위로 죽는 사람이 400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여름기온이 지속적으로 치솟아 서울에서만 무더위로 죽는 사람이 2030년대에는 300~400명, 2040년대 400~500명, 2050년대 600명 이상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재 서울을 포함한 우리나라 전역의 여름철 더위사망자는 한해 평균 10명 안팎이다.
박 연구원은 “폭염특보제가 앞으로 국민건강과 산업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여 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특보제를 바탕으로 고온에 취약한 어린이나 노약자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구체적인 권고 프로그램등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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