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답보 상태에 빠졌던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 수사가 중대 기로에 섰다. 경찰이 2일 김 회장 일행의 휴대폰 위치 추적과 북창동 S클럽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분석에 급피치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며 과학수사 기법을 총동원한 상태다.
경찰은 특히 S클럽의 한 종업원이 사건 당일(3월 8일) 김 회장의 폭행 장면을 휴대폰 동영상으로 고스란히 담았다는 구체적인 제보를 입수하고 사실 확인에 나섰다. 그러나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경찰이 물증 확보에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경찰은 일단 위치추적 결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경찰은 1차로 사건 당일 술집 종업원들이 폭행 당한 청계산 주변 기지국에서 발신된 휴대폰 통화내역을 조회해 수천 개의 번호를 확인했다.
사건 시간대에 한정해 분석하면 수백 개로 줄어들고 야심한 시간을 고려하면 수십 개까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중 하나라도 한화측 번호로 확인되면 김 회장 일행의 진술은 신빙성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지금까지 김 회장 부자와 경호원, 운전기사 등 한화측 인사들은 “청계산 건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강력하고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기지국에서 확인한 번호를 이동통신회사에 넘겨 이들 번호 가입자가 누군지 파악하고 있다”며 “한화측 번호만 뜬다면 김 회장이 허위 진술을 하고 있다고 몰아 부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회장 개인 명의로 가입된 휴대폰이 없다는 점에서 김 회장이 현장에 있었는지를 밝히는 결정적 단서는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보복 폭행의 마지막 장소인 S클럽의 CCTV 복구 작업도 한창이다. 애초 CCTV가 고장 나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은 S클럽을 포함해 3개 업소를 모두 볼 수 있는 모니터 시설을 뒤늦게 발견하고 녹화된 하드디스크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
수사팀은 사건 당일 CCTV 녹화 내용의 저장기간이 이미 지났기 때문에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등 전문가를 총동원한 상태다. 경찰은 완벽한 복구는 힘들더라도 단서가 될 만한 자료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회장 부자가 S클럽 종업원들을 폭행한 장면이 하드디스크에 담겨 있다면 김 회장 진술이 모두 거짓으로 판명되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과학수사 기법도 총동원되고 있다. 경찰은 1일 김 회장 자택에서 압수한 의류, 신발 등과 승용차 안에서 채취한 흙과 나뭇가지, 식물 씨앗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은 채취한 흙이 청계산 공사장에서 발견된 토질 성분과 일치할 경우 사실상 김 회장이 청계산에 직접 갔다는 것으로 간주해도 무방하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거짓말탐지기를 동원한 조사도 검토하고 있다. 조사가 이뤄진다면 김 회장 부자를 먼저 조사하고 술집 종업원들을 나중에 소환하게 된다. 다만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김 회장 등 사건 관계자의 동의 없이는 실시할 수 없고 주로 보강 증거로만 쓰인다는 점이 한계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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