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 지은 정부가 이번에는 세계 최대 단일 시장인 유럽연합(EU)과 FTA 협상을 시작한다. 7일부터 협상에 들어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성사될 경우 개방과 자유무역은 이제 우리 경제의 철학과 시스템으로 굳건하게 자리잡게 된다.
27개국, 4억 8,700만 명으로 이뤄진 EU는 이미 우리에게 중요한 교역상대다. 지난해 492억 달러를 수출하고 302억 달러를 수입해 184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 EU 수출증가율은 12.8%로 미국(4.7%)과 일본(7.2%)에 대한 수출증가율을 앞서고 있다. 1965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한국에 직접투자를 가장 많이 한 곳도 미국이나 일본이 아니라 EU(405억 달러)다.
FTA 체결의 효과도 매우 가시적이다. EU의 평균 관세율은 4.2%(자동차 10%)로 미국(3.7%), 일본(3.1%)보다 높다. 관세 철폐의 효과가 그만큼 강력할 수밖에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EU와 FTA가 체결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2~3% 증가하고, 고용이 30만~60만 명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EU 역시 자동차, 의약품, 화장품 같은 상품 교역과 금융, 통신, 법률 같은 서비스 시장 분야에서 상당한 효과를 보는 호혜적인 결과가 기대된다.
한ㆍ미 FTA를 통해 축적한 협상 경험과 자신감을 근거로 정부 내에서는 이번 협상을 매우 낙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EU 역시 협상기술이 노련한 데다 27개 국가의 이해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자세로 미국과의 협상 때보다 더 치밀하게 대비하는 고도의 협상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FTA를 계기로 대 EU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미국에 치우친 정치ㆍ경제구조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EU와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말이다. 기업들 역시 세계 최대 단일시장인 유럽의 중요성을 더 깊이 인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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