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명 검찰총장이 2일 경찰의 수사관행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이 수사절차의 적법성 문제로 번지고 있다.
가뜩이나 부실ㆍ늑장수사 논란에 시달려온 경찰로선 이중의 악재를 만난 셈이다. 자칫 폭행 사건의 본질이 와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차제에 경찰 수사관행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 총장의 수사지휘는 외견상 서울중앙지검장을 질책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내용은 경찰 수사방식의 문제점을 비판한 것이다. 우회적이긴 하나 검찰총장이 경찰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훈수를 둔 것은 이례적이다.
물론 검사는 형사소송법상 ‘수사의 주재자’로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총력을 기울이는 사건에 대해선 가급적 언급하지 않는 게 관행이었다.
정 총장이 직접 문제삼은 것은 ▦“김 회장이 쇠파이프를 휘둘렀다”는 피해자의 진술 공개 ▦압수수색 정보의 사전 유출 등 두 가지다. 형법은 수사기관 관계자가 직무상 취득한 피의사실을 기소 전 공표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수사상황이 언론을 통해 생중계되면서 ‘여론재판’이 이뤄짐으로써 무죄추정이라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이 깡그리 무시됐다는 지적도 많다.
검찰 관계자는 “심야소환 또는 밤샘조사 등도 적법 절차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대검 훈령인 인권보호 수사준칙은 심야조사 등 강압수사 근절, 체포 남용 금지, 수사상황 촬영영상 공개 금지 등을 담고 있다.
법을 떠나서 압수수색 장소와 시간이 사전 누출돼 한화 직원들과 취재진이 김 회장 집 앞에 진을 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은 수사기관을 조롱거리로 전락시킨 심각한 사태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정 총장의 쓴소리는 일단 인권보호와 적법 절차가 강조되는 최근 추세를 감안한 수사지휘 차원의 우려로 풀이된다. 하지만 거듭 ‘헛발’을 날린 경찰과 거리를 두기 위해 의도적으로 선을 그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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