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 지 100일째. 그와 손을 맞잡고 데이트를 하는데 항상 손바닥이 흥건해진다면 여름에 장갑을 낄 것인가, 병원 예약을 잡아줄 것인가.
그녀가 기념일이라며 매일 입던 바지 대신 맘먹고 미니스커트를 입었는데 굵은 다리 털이 스타킹을 뚫고 숭숭 나왔다면 눈살을 찌푸리고 말 것인가, 제모용품을 사줄 것인가. 땀과 노출의 계절, 여름이 문턱에 왔다. 다한증과 액취증, 털을 걱정해야 할 때다.
주먹만 쥐어도 땀이 뚝뚝 떨어진다면
다한증은 기온이 조금만 올라가거나 가벼운 운동에도 땀샘이 과도하게 작용해 남달리 땀을 많이 흘리는 증상을 말한다. 손, 발, 얼굴 등 한 곳에서만 땀이 많이 나는 것은 온몸에 전체적으로 땀이 많은 것과 원인이 다르다.
전신성 다한증은 바제도병, 당뇨병, 뇌하수체 기능 항진 등 질환에 의해 나타나는 반면 국소성 다한증은 교감신경의 기능 장애로 오는 경우가 많다. 국소성 다한증 치료는 대략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 바르는 약= 시중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제품들이 다수 있다. 대부분 알루미늄 클로라이드 성분으로 땀구멍을 막는 효과가 있다. 비용이 적게 들고 손쉽게 사용할 수 있지만 간혹 피부가 가렵거나 따가운 부작용이 발생한다.
▲ 먹는 약= 교감신경을 억제하는 약물을 먹으면 온몸의 땀 분비가 줄어든다. 하지만 땀이 분비되지 않아 이 약을 복용한 후 격렬하게 운동을 하거나 사우나에 들어가면 열 축적으로 열사병에 걸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 보톡스 주사= 보톡스를 땀샘으로 가는 신경에 주사해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억제한다. 국소성 다한증에 효과가 좋으나, 5~6개월마다 계속 주사를 맞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가격(1병에 35만원)도 부담스럽다.
▲ 전기이온영동법= 약한 전류를 이용해 땀샘을 일시적으로 기절시키는 방법이다. 효과가 길게 지속하지 않아 2주에 한 번은 병원을 찾아야 한다. 때문에 기계를 아예 집에 들여놓고 치료하는 사람들도 많다. 기계는 50만~140만원선.
▲ 수술= 손에 땀이 많은 사람은 전신마취아래 흉부 교감신경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 신경은 한 번 끊으면 복구할 수 없어 다른 곳에서 땀이 더 많이 나는 보상성 다한증이 생기더라도 돌이킬 수 없다. 이런 부작용은 100명 중 5명 꼴로 발생한다. 겨드랑이에서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은 땀샘을 긁어내는 시술을 하기도 한다.
김원옥 연세의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다한증은 삶의 질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치료를 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에 달렸다”며 “부작용이 적고 손쉽게 바르는 약으로 시작해 전기이온영동법, 보톡스 등으로 옮겨가며 스스로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매끈한 다리, 털털한 미인은 사절
남성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다리 털은 조금만 방심해도 스타킹에 눌려 태풍이 지나간 논에 널브러진 벼처럼 볼썽사납다. 불쌍하게 눌린 털들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털 주인의 게으름과 소홀한 자기관리를 비난하게 한다. 비키니 라인 밖으로 삐져나온 털도 휴가 가기 전 제거해야 할 대상이다.
▲밀고
제모에서 가장 손쉬운 방법은 면도기로 미는 것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여성용 면도기에 셰이빙 젤이나 크림을 같이 사용하면 피부 자극도 줄일 수 있다. 다만 일주일이 멀다 하고 면도를 자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뽑고
면도의 수고를 덜자면 모근을 뽑는 방법도 괜찮다. 좀 고통스럽긴 하다. 가장 원시적인 방법이 족집게로 하나씩 뽑는 방법인데 털이 별로 없다면 상관없겠지만 별로 권장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기계를 사용하는 것도 괜찮다. 전기면도기 같이 생긴 기계가 트랙터가 벼를 수확하듯 털을 잡아당겨 뽑는다. 순식간에 뽑는다고 해도 아프기 때문에 얼음찜질을 하면서 제모작업을 하는 게 좋다.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제모용 왁스나 크림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일반적인 왁스나 크림은 바른 후 닦아내는 것이며, 테이프 형태로 잡아 뜯는 것은 왁스 스트립으로 분류된다.
▲쪼인다
레이저 영구제모는 털이 자라나오는 모낭을 파괴해 이름 그대로 영원히 털이 나지 않는다. 털의 검은색에만 작용하는 레이저를 쪼이면 에너지가 털에 흡수되면서 뿌리 주변의 세포가 타 버린다.
따끔한 통증이 있지만 심하진 않다. 예민한 사람은 시술 전 마취연고를 바르고, 시술 후 얼음찜질을 하면 통증을 줄일 수 있다. 평균적으로 1회 시술에 20~30%의 털이 제거되기 때문에 한 달 간격으로 3~5회 시술을 받는 것이 좋다.
김현주 분당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원장은 “시술시 부작용은 거의 없지만 일시적인 색소 침착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숙련된 피부과 의사에게 맡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여름의 불청객 액취증
날씨가 더워지면 흔들리는 차 안에서도 손잡이를 잡기 조심스러운 사람들이 많다. 액취증 탓이다. 겨드랑이에 집중 분포된 아포크린선의 과도한 분비가 액취증의 주범. 아포크린선은 주로 지방산과 유기물질을 함께 배출하기 때문에 분비되는 땀이 세균에 의해 지방산과 암모니아로 분해되면서 계란 썩은 냄새나 양파 냄새를 풍긴다.
후각은 금세 피로를 느껴 자신의 몸에서 이런 냄새가 난다고 해도 못 느끼기 쉽다. 그렇다고 옆 사람에게 겨드랑이를 들이대면서 물어볼 수도 없는 일. 샤워를 한 뒤 땀이 나기 시작하면서 냄새를 느꼈다면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증상이 가볍다면 땀을 억제하는 약을 바르거나 겨드랑이 털을 제거해 땀이 쉽게 마르도록 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그래도 악취가 멈추지 않는다면 아포크린선을 제거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특수한 바늘을 이용해 겨드랑이 부분에 찔러 넣은 후 고주파를 바늘에 흘여보내 아포크린선을 파괴하는 고주파 전기소작술이 많이 이용된다. 최근에 개발된 땀샘 흡인술은 지방층과 진피층을 긁어내 흡수하는 방법으로 아포크린선과 땀샘이 함께 제거돼 겨드랑이 다한증에도 효과적이다.
최광호 초이스피부과 원장은 “겨드랑이 액취증은 남에게 불쾌감을 주는 동시에 환자에게는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냄새가 난다고 느껴지면 바로 전문의와 상담하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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