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일 광주를 찾아 호남 민심을 향해 뜨거운 구애를 했다. 전날 ‘선진평화포럼’을 발족시키며 본격 대선 행보를 시작한 뒤 첫 방문지가 광주라는 점부터 심상치 않다. 범여권의 유력주자로 거론됐던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을 계기로 호남 표심을 선점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전남대 특강에서 “광주 시민의 생각이 ‘정권을 두 번이나 만들었지만 여전히 피해자이고 소수자’라는 데 머무르면 광주 민주화 정신이 2007년 대선을 주도하기 힘들 것”이라며 “광주의 정치적 포용력을 주목한다”고 말했다. 비(非) 호남 출신으로 한나라당에 소속됐던 자신을 범여권 주자로 받아들여 달라는 호소였다. 그는 “민주화의 성지 광주가 대선에서 어떤 리더십을 선택하느냐에 국가 명운이 달려 있다”고도 했다.
호남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손 전 지사의 발언은 의례적 인사말 수준을 넘어섰다. “서울에서 대전까지는 KTX 철로가 깔렸는데, 호남에는 안 깔려 있어 올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1993년 5ㆍ18 기념 행사 때 민자당 의원으로 유일하게 참석했더니 주변에서 수군댔다” 등이다. 앞서 5ㆍ18 묘역을 참배한 뒤 방명록엔 “5월 정신을 이어 받아 선진평화 미래를 열어 가겠다”고 썼다.
손 전 지사는 기자간담회에서 정 전 총장의 대권 포기에 대해 “현실정치의 벽을 느껴 뜻을 접은 게 안타깝다”면서 말을 아꼈다. 정 전 총장의 출마 포기를 바라보는 손 전 지사의 심정은 복잡하다. 유력 경쟁자가 사라지긴 했지만, 반(反) 한나라당 주자들이 오픈프라이머리에서 경쟁해 흥행시킨다는 당초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광주=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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