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김승연(55) 회장 부자가 보복 폭행 사건과 관련한 주요 혐의를 전면 부인함에 따라 경찰이 물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피해자들은 김 회장에게 맞았다고 진술한 반면 김 회장 부자는 “절대 때린 적이 없다”고 버티는 ‘진실 게임’이 계속될 뿐 폭행 사실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는 거의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일관되게 청계산과 서울 중구 북창동 S클럽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만큼 수사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 진술과 모호한 정황증거 외의 구체적 물증이나 직접증거를 내놓지 못한 채 구속영장을 신청할 경우 법원이 기각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김 회장이 사건 현장에 있었고 폭행에 가담했다는 물증을 찾기 위해 자택 압수수색, 휴대폰 위치 추적, 폐쇄회로(CC)TV 분석 등 3가지 방향에서 수사를 하고 있다. 남대문경찰서 강대원 수사과장은 1일 오후2시 김 회장의 종로구 가회동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집 차고의 CCTV와 위성항법장치(GPS) 자료 등을 분석, 사건 당일 김 회장이 탄 승용차가 사건 장소로 이동하는 모습과 이동 지점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강남구 청담동 G가라오케에서 청계산에 이르는 도로에 설치된 CCTV에서 녹화된 영상이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 휴대폰 위치 추적도 경찰이 기대하는 부분이다. 경찰은 김 회장 일행의 휴대폰 통화기록을 검토해 사건 현장에 김 회장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기 때문에 경찰은 물증을 하나만 확보해도 영장 발부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사건 현장 3곳을 모두 조사했지만 S클럽 CCTV는 고장 나 있고, G가라오케에는 CCTV가 아예 없다고 했다. 도로에 설치된 CCTV 영상은 통상 10~20일 정도만 보존돼 당일 녹화된 영상을 얻을 지 불투명하다.
휴대폰 위치 추적도 만만치 않다. 김 회장 개인명의의 휴대폰은 없다. 때문에 위치 추적으로 경호원이나 수행비서가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해도 김 회장이 ‘나는 없었다’고 부인할 가능성이 높다.
압수수색으로 만족할 만한 증거를 확보할지도 의문이다. 사건 발생(3월 8일) 두 달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이뤄진 데다 압수수색 사실이 이미 언론에 알려져 한화측이 불리한 증거들을 이미 없앴거나 은닉했을 가능성이 높다. 압수수색을 하러 온 경찰을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맞이하는 직원들의 모습에서도 한화측의 여유를 읽을 수 있다.
경찰은 수사가 답보 상태를 보이자 초조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압수수색 사실이 알려진 것도 경찰 입장에선 악재다. 일각에서는 경찰의 추가 증거 확보 노력이 `뒷북치기'로 그칠 경우 수사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남대문서 장희곤 서장은 “답답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언론 접촉을 피하고 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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