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들이 올 1분기에 또다시 사상 최고 실적 기록을 갱신했지만 ‘화려한 피날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G카드 매각 차익이라는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은행 실적이 제자리 걸음이거나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국민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은 모두 역대 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국민은행이 1조1,825억원으로 은행권 사상 처음으로 분기 순익 1조원을 넘었다. 하나은행도 4,555억원으로 금융지주회사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올렸고, 기업은행은 5,244억원으로 사상 최대 순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들 은행의 순익 중 LG카드 매각 차익(국민 4,320억원, 하나 1,821억원, 기업 2,409억원)을 제외하면 순익은 직전 분기나 전년 동기와 엇비슷하거나 뒤떨어지는 수준이다.
더구나 주택담보대출 둔화 등의 영향으로 전통적인 은행 영업 부문에서는 오히려 순익이 하향 추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이자 부문 순익이 1조6,899억원으로 전분기(1조7,221억원) 보다 1.9% 떨어졌다.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3.60%로 전분기(3.62%)에 비해 0.02%포인트 떨어졌고, 전년 동기(3.94%)에 비해서는 0.34%포인트나 하락했다. 하나은행 역시 이자 부문 이익이 5,06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이후 2개 분기째 정체 국면을 이어갔고, 기업은행도 순이자마진이 떨어지고 있다.
그동안 은행들이 호황을 누린 데는 과거 부실기업들의 부활이 큰 몫을 차지했다. 손실 처리했던 채권을 회수하거나 출자전환했던 주식을 매각하면서 생긴 영업 외적 호재가 컸던 것이다.
그러나 은행들이 대규모 차익을 올릴 수 있는 곳은 이제 현대건설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간 영업경쟁 격화로 수익성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며 “영업 외적 호재도 다 써먹었기 때문에 새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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