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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들의 '유년의 계절' 엿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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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들의 '유년의 계절' 엿본다

입력
2007.05.01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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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탓으로 자연의 시계가 망가져가고 있다고는 하나, 5월은 신록을 위한 시간이다. 그것은 갈수록 또렷해지는 지난 날의 기억일수도, 풋것의 신성함에 대한 재인식이기도 하다. 여전히, 5월 초입은 벅찬 기대다.

“우리의 5월 5일에는 영원한 어린이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 자신에게 있어야 할 축배를 들어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런 축복의 시간 속에서도 어린 시절의 나처럼 어린이날이 없는 수많은 어린이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시인의 마음은 자비심과 닿아 있다. 고은 시인이 월간 <현대문학> 5월호의 에세이 특집 ‘유년의 계절’에 낸 수필 <5월 5일 이 무렵>은 간곡하게 5월을 예찬한다.

전상국 박완서 김지하 김원우 마광수 현길언 최수철 구효서 이순원 함성호 이청해 공선옥 김연수, 해서 모두 14명의 중견ㆍ원로 작가들이 보듬고 있던 내밀한 기억은 이 시대에 더욱 영롱하다. 고향 개성 지방의 걸쭉한 욕에서 어린 시절을 들춰 올린 박완서 작가의 <야다리 밑에서 주워 온 아이> , 좌우익 대립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던 시절을 회고하는 김지하 시인의 <어릴 적> , 1ㆍ4 후퇴 때 우연히 정착한 시골에서 태어나야 했던 마광수의 <나의 어린 시절> 등은 한국 현대사의 격렬한 시간 속에서 더욱 빛나던 순수를 기억해 낸다.

김원우의 <지도상에서 세상 읽기> 는 지도에 얽힌 어린 시절의 감상에 자신의 소설 작법을 빗댄다. 지도 읽기는 “쇄말주의라고 하는, 자질구레한 사실의 나열을 말끔히 걷어”내, 세상 만물의 핵심을 짚게 해 준다는 것이다. 작가는 플로베르의 1876년 단편 <순박한 마음> 중 지도와 관련한 재미있는 문장을 인용, 지도에 관한 자신의 감상에 두 세기를 격한 대가의 서술을 중첩시키기도 한다.

이 밖에도 내성적이었고 글재주도 범용했던 자신이 동네 아이들의 이야기꾼으로 거듭난 초등학교 시절을 맛있게 추억하는 최수철 작가의 <이야기하는 아이> , 떡을 너무 좋아하다 못해 얻어 먹을 요량으로 굿판을 졸졸 따라다니던 구효서 작가의 <떡 좀 주세요> , 감질나던 그믐밤의 장난을 떠올리는 함성호 작가의 <오징어 서리> 등 이야기들은 중견이란 간판 아래 온존해 있는 가치를 엿보게 한다. 그들이 꿈꾸던 시절에 대한 기억의 힘으로, 문학적 여정은 이어져 오고 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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