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고-서울대 출신은 대권과 궁합이 맞지 않는 것인가.” 두 학교를 나온 고건 전 총리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펼치기도 전에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자 여의도 정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다.
‘KS 출신’ 혹은 ‘KS 라인’으로 불리는 두 학교 출신 인사들은 한국 엘리트 그룹의 상징이었다. 서울지역 고교 평준화가 이뤄지기 전에 경기고를 입학했던 40대 후반 이상의 KS 출신들은 관계, 법조계, 경제계, 학계 등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유독 정치권에서는 KS 출신이 맥을 못 추고 있다. 총리 장관 서울시장 국회의원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고 전 총리는 2004년 퇴임 후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지율 하락세가 계속되자 지난 1월 대권 도전을 포기했다. 고 전 총리 낙마 이후 범여권 유력 주자로 떠올랐던 정 전 총장도 최근 “정치 세력화 능력이 없다”며 중도 하차했다. 1997년 신한국당 경선 과정에서 중도 포기했던 박찬종 전 의원과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KS 출신이다.
금년 대선 가도에 남은 KS 인사는 두 명. 지난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김근태 의원도 대권을 꿈꾸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손 전 지사는 범여권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는 1위를 달리지만 지지율은 5~7% 가량에 머물고 있고, 김 전 의장의 지지율은 더 낮다.
한편 정 전 총장은 불출마 선언 이후 심경에 대해 1일 “그 동안 학자로서의 몸가짐과 정치인으로서의 몸가짐 사이에서 고민한 것”이라며 “(불출마를 선언하니)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