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도 기본권이다.’
모든 국민이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 사용을 보장 받도록 하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05년7월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촛불을 켜고 생활하던 경기 광주의 한 여중생이 화재로 숨진 사고를 계기로, 형성되기 시작한 ‘에너지 복지’에 관심은 정부와 기업들의 참여 속에 이제 구체적 실천프로그램들이 제시되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전기 요금 체납가구는 2004년 37만6,000가구, 2005년 39만2,000가구, 2006년 46만5,000가구로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는 이에 따라 올해를 ‘에너지 복지 원년’으로 삼고 취약 계층 등 사회적 약자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에너지 복지 대책을 대폭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에너지 빈곤층이란 에너지 지출비용(광열비 기준)이 소득의 10%가 넘는 가구. 소득이 적어 전기ㆍ가스비 지출부담이 그만큼 큰 가구를 말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에너지 빈곤층은 전체 가구의 7.8%인 120만 가구로 추산된다. 특히 월소득 55만원 이하 가구의 광열비 지출비중은 2000년 20.5%에서 고유가로 인해 2005년엔 25.9%까지 높아졌다. 반면 월소득 300만원 가구의 광열비 지출 비율은 2000년 2.9%에서 2005년 3.0%로 0.1%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들 빈곤층은 도시가스나 지역난방을 사용하는 대도시 주민들에 비해 등유 등 상대적으로 더 비싼 에너지를 쓰는 경우가 많아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2016년까지 중앙정부와 지자체, 에너지 기업간 협력을 통해 에너지 빈곤층을 완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2월 국회를 통과한 에너지 기본법에 ‘국가, 지자체, 에너지 공급자는 빈곤층 등 모든 국민에 대한 에너지의 보편적 공급에 기여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넣어 에너지 복지 정책의 추진 근거까지 마련했다.
발전ㆍ정유ㆍ가스 등 16개 에너지 기업들도 적극 동참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한국에너지재단(이사장 이세중 변호사)을 공식 출범, GS칼텍스, SK, S-Oil 등 정유 3사가 각각 20억원, 도시가스사 60억원 등 모두 120억원의 에너지 복지기금을 마련했다.
산자부는 100억원 규모의 에너지 복지 신규 예산을 마련하고 올해안에 1만여 에너지 빈곤층 가구를 선정, 고효율 난방기기를 보급해줄 예정이다. 매년 혜택 가구수를 늘려 2011년까지 10만 가구의 난방시설을 교체해줄 방침이다.
또 그 동안 경제성 위주로 추진해온 도시가스 배관망 사업도 소외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저소득층이 주로 사용하는 등유 및 프로판가스의 특소세가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이 많이 쓰는 도시가스에 비해 약 2배가량 비싼 점을 감안, 특소세 인하 방안을 마련중이다.
산자부와 한국에너지재단, 에너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오는 10일 ‘에너지 복지 원년 선포식’을 갖고 10년내 에너지 빈곤층 해소를 결의할 예정이다.
김 혁기자 hyukk@hk.co.kr
■ 기고/ 사회공헌의 블루오션
세계적 경영전략가인 마이클 포터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최근 게재한 ‘전략과 사회’(Strategy & Society)라는 논문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CSR)도 기업의 밸류체인 또는 경쟁력 강화와 내용상 연계가 깊은 곳에 우선적으로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에너지와 관련된 CSR의 모범적 사례를 보면, ▦공해를 줄일 수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개발한 도요타 자동차 ▦에너지절약 시설투자에 대한 전문대출상품을 마련한 프랑스계 은행인 끄레디아그리꼴(Credit Agricole) ▦매장 전기사용량의 100%에 해당하는 탄소배출권을 풍력전기 사업자로부터 구매한 미국의 대표적 유기농상품 유통업체인 홀푸드(Whole Food) 등이 있다.
이들 기업들은 에너지 사용과 관련된 다양한 CSR 소재를 개발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최근 몇 년간의 고유가 시대를 지나오면서 많은 기업들이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에너지절약의 사회적 효과가 미래세대와 환경자원을 나누어 쓰는데 있다고 볼 때, 한걸음 더 나아가 절약을 통해 벌어들인 에너지비용을 고객 또는 이웃과 나누어 쓰면 어떨까?
우리나라의 에너지 공급기업도 오랜 기간 CSR을 선도해왔다. 특히 지난해말 정유사와 도시가스사들이 에너지복지활동 민간기구인 한국에너지재단 설립에 참여하면서 에너지업계 전체 차원에서 에너지빈곤층 돕기에 시동을 걸었다. 정부가 운영하는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에너지빈곤층을 에너지 기업이 먼저 나서서 돕겠다는 뜻이다.
아직도 우리사회에는 기초적인 에너지구입 비용조차 버거운 가구가 있다. 월 소득의 10% 이상을 광열비 지출에 사용하는 가구가 약 120만가구로 추정된다.
정부도 작년에 에너지빈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에너지기본법에 근거조항을 마련한데 이어 ▦공급중단유예 등 기초에너지 사용보장 ▦저소득층에 대한 고효율기기보급 ▦저소득층이 주로 쓰는 등유 및 프로판의 에너지가격 개편 ▦도시가스 보급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중이다.
금년을 원년으로 향후 10년간 ‘에너지빈곤층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집중적 복지시책을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오는 5월10일 에너지기업과 함께 에너지복지 원년 선포식을 한 뒤 산업자원부의 에너지자원분야 전직원과 기업 임ㆍ직원이 함께, 저소득층의 고효율 조명기기 교체 등 현장 봉사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 기업도 더욱 적극적으로 에너지 복지에 동참해주기를 기대한다.
복지는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 아니냐라는 쓴소리도 있다. 물론 정부도 정부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복지야 말로 기업과 사회를 연결하는 길목에 있고, 에너지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모두 21세기 생존전략을 수립하는데 유용한 전략적 요소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기업의 사회공헌을 위한 블루오션인 에너지복지에 많은 기업들의 참여를 바란다.
이재훈 산업자원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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