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선진국들의 약속인 ‘교토(京都) 의정서’가 1997년 체결된 이후 일본은 자국에서 의정서가 채택된 데 대해 자부심을 갖고 의무감축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다.
일본은 내년부터 2012년까지 1990년 탄소배출량 대비 6%를 줄여야 한다. 일본 환경성은 직원 명함에 ‘마이너스 6’이라는 문구를 새겨 넣고 기업과 국민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가정과 사무실의 배출량이 매년 증가하는 바람에 총배출량은 오히려 늘고 있다.
▲기상이변
매년 2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幌)에서 개최되는 ‘눈축제’의 올해 개막 행사는 ‘비축제’로 둔갑했다. 따뜻한 겨울날씨 때문에 눈도 많이 내리지 않아 조각품 제작을 위해 트럭 8,000대분의 얼음을 운반했다. 개막일(2월 6일)은 낮 최고 기온이 평년 보다 5도 이상 높은 영상 3.9도를 기록한 데다 비가 내려 축제 분위기를 망쳤다.
환경성은 “이상고온 일수는 늘고, 이상저온 현상은 줄고 있다”며 일본의 기후변화를 설명했다. 실제 낮 최고 기온이 35도 이상 기록한 일수가 1970년대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올 1월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1.44도 높았다. 대도시의 벚꽃 개화시기도 최근 50년간 6.1일 빨라졌다.
일본 정부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농산물의 품질이 크게 떨어지고 생산량도 급감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해수면이 상승해 도쿄(東京)만, 오사카(大阪)만 등 3대만 지역의 400만명 이상은 미국 뉴올리언즈의 카트리나 수준과 같은 대규모 재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경남ㆍ북 연안지역까지만 해당됐던 일본뇌염 위험지역은 한반도 전역은 물론 러시아 극동지역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
일본은 1990년 12억6,100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2012년까지 배출량을 11억8,500만톤으로 줄여야 한다. 하지만 2005년 배출량은 13억6,400만톤으로 오히려 늘었다. 매년 4억~5억톤을 배출하는 산업계와 2억5,000만톤 정도를 배출하는 운송 부문은 줄고 있으나, 사무실과 가정의 배출량은 증가했다.
일본 정부는 ‘지구온난화대책의 추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해 4월부터 일정규모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체에 대해 국가에 의무적으로 배출량을 보고토록 했다. 기업과 운수업계의 참여가 높아 이들 부문은 감축목표를 달성할 전망이다.
또가정과 사무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 상반기부터 에너지 효율이 높은 ‘에코 제품’ 구매를 촉진하는 캠페인을 펴고 있다. 특히 형광등에 비해 전력 소비율이 4배 가량 높은 전구는 모두 교체토록 했다.
6~9월에는 공무원과 회사원들이 넥타이를 매지 않은 ‘쿨 비즈’(COOL BIZ)를 실천한다. 이 기간 사무실의 적정온도를 28도로 설정하고 냉방 설비를 가동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등이 넥타이를 매지 않은 채 모델로 등장한 포스터를 제작, 홍보할 예정이다. 이 제도는 우리나라도 벤치마킹했다.
일본은 2년 전부터 겨울철 사무실 온도를 20도(정부기관 19도)로 유지하는 ‘웜 비즈’도 전개했다. 관공서는 이중창문으로 개조해 건물 밖의 창문은 태양에너지를 흡수, 온기를 유지하는 특수유리를 부착중이다.
▲정부ㆍ지자체 지원
자본과 기술,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어려운 것은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 정부는 중소기업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파악하는 방법이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행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친환경 기업에는 ‘에코액션 21’ 인증을 통해 배출량 감소를 독려한다. 일본정책투자은행은 이 같은 인증을 근거로 친환경 기업에게는 융자기간이나 금리를 우대한다. 최근에는 민간 은행들도 이 제도를 시행중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교토시와 도토리(鳥取)현 등이 독자적인 환경경영 인증제도를 운용한다.
또 전기 및 천연가스자동차를 구입하거나 일정수준 이상의 연비를 갖춘 자동차를 사면 자동차세를 최고 50%까지 경감한다. 2001부터 시행중인 ‘그린 구매법’에 따라 정부와 각 기관은 친환경 상품을 우선 구매하고 결과를 공개토록 했다.
제품의 개발ㆍ설계, 생산, 유통, 폐기까지 전 과정에 거쳐 환경성을 확보하고 최종적으로 투명한 환경보고서를 작성, 공개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도쿄, 오사카, 나고야(名古屋) 의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기업과 종업원 500명 이상 기업 가운데 환경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하는 기업은 2005년 933개로 2000년 이후 매년 100개 이상 늘고 있다.
일본 환경성 미나미카와 히데키 지구환경국장은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의지와 국민 의식 수준을 감안할 때 배 2012년까지 온실가스 의무 감축량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송두영 기자 dysong@hk.co.kr
■ 미국에선 바이오에탄올 산업 주력 등 선회
교토의정서에 따라 선진국(부속서 1국가)들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평균 5.2% 감축해야 한다.
미국은 그러나 “개발도상국의 참여 없이는 교토의정서의 비준을 반대 한다”며 2001년 3월 기후변화협약(UNFCCC)의 최고의결기구인 당사국 총회 탈퇴를 선언했다. 중국 인도 등 세계 5위 이내 탄소배출국이 제외된 상태에서 미국이 감축안을 수용할 경우 자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사이언스> 와 <네이처> 를 통해 “온실가스에 의한 기후변화의 과학적 상관관계가 부족하다”는 주장을 폈다. 네이처> 사이언스>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2004년 기준, 58억톤)인 미국에 대한 국제적 비난이 쏟아지자 미국은 지난해 한국 중국 인도 일본 호주 등과 함께 ‘아시아ㆍ태평양 파트너십’을 주도했다. 청정에너지 및 기술개발보급과 확산을 통해 역내 온실가스 감축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협의체이다. 지구온난화 방지 노력에는 동참하되, 교토의정서 방식으로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미국 정부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는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의 식물성 원료에서 추출하는 바이오 에탄올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3월 에탄올 협력 확대에 최종 합의했다. 미국과 브라질은 세계 바이오 에탄올 생산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앞으로 10년간 온실가스 배출강도를 국내총생산(GDP) 100만 달러당 183톤에서 151톤으로 18%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경제가 매년 3%씩 성장한다고 가정할 경우 2012년 배출량은 지금보다 10%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미 북동부 주정부와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안을 내놓고 있다. 뉴저지주는 2005년까지 3.5%(90년 대비) 감축하고, 버몬트주는 2012년까지 25%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2005년 교토의정서 방식대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선언해 주목을 받고 있다.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2020년까지 캘리포니아주 온실가스 배출량의 25%를, 2050년까지 90년 대비 80% 이하로 줄인다는 ‘지구온난화 대처법’에 지난해 9월 서명했다. 이는 2050년까지 90년 대비, 60%를 감축하겠다는 영국 정부보다 더 적극적인 계획이다.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지난해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기고한 글에서 “기구온난화가 캘리포니아의 물 공급, 공중보건, 농업, 해안과 삼림 등 경제와 생활양식을 위협하고 있다”며 “바로 지금 대처해 경제와 환경을 모두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지난달 ‘슈워제네거의 십자군’이라는 제목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려는 주지사의 선도적 조치를 소개하고 평가하는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뉴스위크는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사실상 ‘온실가스 대사’로서 전세계적 활동을 시작했다면서 그에게 ‘탄소 황제’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송두영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