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부자가 주요 혐의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 수사가 겉돌면서 “경찰을 믿을 수 없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우선 수사가 아니라 ‘청취’수준에 가까운 경찰의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김 회장이 유일하게 사건 현장에 있었다고 시인한 중구 북창동 S클럽의 폐쇄회로(CC)TV에 대한 수사는 없었다. S클럽 조모(41) 사장은 “김 회장 일행의 폭행 장면이 담긴 녹화테이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피해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 김 회장측의 회유와 협박에 따른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은데도 현장 확인 등 초동수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이 조 사장을 협박하면서 꺼내 들었다는 금장 권총도 김 회장이 “그런 적 없다”고 버티자 유야무야 됐다.
늑장ㆍ부실 수사에 비난이 쏟아지자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추태까지 보이고 있다.
남대문서 장희곤 서장은 29일 ‘우발적인 폭력사건’이라고 돼 있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보낸 첩보보고서를 공개했다. 그는 ‘우발 사건’이지만 착실히 수사를 진행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서울경찰청도 이튿날 “남대문서는 언론보도 전 피해자 6명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러나 남대문서가 사건을 배당 받은 3월 28일 이후 6명의 진술 확보에 그쳤다는 느낌을 줘 ‘부실 수사’라는 비난의 화살을 남대문서로 돌리는 인상을 주었다.
압수수색영장 신청 방침이 언론에 새 나가자 장 서장은 1일 “그런 게 서울청에서 새면 밑에서는 제대로 일 할 수 없다”고 불만을 표출했고, 서울청은 “무슨 소리냐”며 머쓱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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