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2대 교역상대인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6일 서울에서 공식 선언된다. 이어 다음날인 7일부터 5일간 서울에서 1차 협상이 열린다. 정부는 1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한ㆍEU FTA 협상 개시를 최종 승인했다. 피터 만델슨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을 비롯한 EU협상단이 이번 주말 방한할 예정이고, 한국측도 50여명의 협상단이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정부는 EU측이 자동차, 화장품, 의약, 유제품, 지적재산권 등의 분야에서 개방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 폴크스바겐, BMW, 포르셰, 볼보 등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를 회원사로 둔 유럽자동차제조업체협회는 최근 EU에 보낸 서한에서 “EU에 대한 한국차 수출 물량은 수입 물량의 15배에 이른다”며 “한국이 EU 차에 대한 모든 비관세 장벽을 철폐하는 데 동의하지 않으면 한국과의 FTA 협상을 시작해선 안 된다”고 압박했다. 한국에 수출하는 자동차의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OBD) 장착 유예, 한국이 택한 안전기준에 EU 기준도 인정해 줄 것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유명 화장품과 의류 브랜드가 즐비한 EU는 지적재산권 강화나 관련 품목의 관세 인하도 집중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거대 제약사도 많기 때문에 한미 FTA에서 미국이 따낸 약가 적용 상의 독립적인 이의절차, 특허보호 강화 요구 등도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농업 분야는 EU가 전통적으로 농업의 다원성을 중시해 상대국의 민감 품목을 인정해주는 통상 정책을 써온 만큼, 한미 FTA 협상 때보다는 개방폭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농산물 분야에서 예상보다 공세가 거셀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농협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EU 농산물의 경쟁력과 FTA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EU산 냉동삼겹살은 관세 철폐시 ㎏당 3,548원으로 국산의 45%에 불과하고, EU산 닭고기(냉동닭다리)도 국내산의 43%에 불과했다. 탈지분유는 비관세 가격이 국내산의 31%에 불과해 호주ㆍ뉴질랜드산보다 낮았다.
한국은 한ㆍEU FTA 협상에서 자동차, 섬유, 전기전자 등 주요 수출상품의 관세 철폐를 목표로 하고 있다. EU는 자동차 관세가 10%에 이르는 등 미국에 비해 관세가 높아 관세 철폐로 인한 한국상품의 경쟁력 강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또 한국 제품에는 EU의 까다로운 환경인증 제도 등을 일부 완화해 적용해줄 것을 요구할 예정인데, 환경보호 등을 중시하는 EU의 전통이 이번 협상에서 어떤 형태로 드러날 지 주목된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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