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 의혹에 대해 늑장수사 비난을 받고 있는 경찰이 압수수색마저 사전 정보 유출로 사실상 허탕을 치면서 부실수사 논란도 일고 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일 오후2시13분부터 오후4시46분까지 김 회장의 종로구 가회동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폭행 사건으로 대기업 회장 집을 압수수색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압수수색영장 신청 사실이 전날 밤 미리 새어 나간 탓에 한화 직원들이 자택 앞에 포토라인을 만드는 등 여유 있게 대비했다.
경찰은 이날 2시간30여분 동안 김 회장 자택 안팎을 수색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강대원 남대문경찰서 수사과장은 “기대에 못 미쳤다고 생각한다”며 “압수수색 내용이 미리 알려지면서 (김 회장 측이)대비를 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경찰은 한화그룹 본사 김 회장 집무실과 비서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도 발부 받았지만 노동절 휴일이라 직원이 없을 것 같다는 이유로 2일로 미뤘다. 하지만 한화 측은 미리 예정됐던 체육행사를 취소하고 상당수 직원들이 회사에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김 회장의 승용차 2대에서 차량 이동경로가 기록된 것으로 추정되는 위성추적장치(GPS) 자료 등 박스 1개 분량의 물품을 압수했다. 하지만 김 회장의 사건 당일 출입 영상이 담겼을 것으로 예상되는 차고와 집 주변의 폐쇄회로(CC)TV 자료는 입수하지 못했다. 김 회장 측은 “CCTV는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김 회장 측 휴대전화 위치추적과 청담동에서 청계산 사이 교통 CCTV 기록 확보에도 사실상 실패했다. 경찰은 뒤늦게 북창동 S클럽의 CCTV 자료 확보에도 나섰지만 S클럽 측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청담동, 청계산, 북창동 등 사건 현장 3곳에 모두 동행한 것으로 알려진 김 회장 차남(21) 친구의 소재를 찾고 있다.
한편, 김 회장 차남은 30일 오후11시부터 1일 오전4시30분까지 피해자 대질 신문 등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폭행 가담 및 김 회장 개입 여부를 모두 부인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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