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쥐를 죽여라, 작은 쥐들도 죽여라.”
1994년 르완다의 한 라디오 방송에선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소년병이 될 수 있는 어린이를 가리키는 ‘작은 쥐’는 당시 학살로 30만명이 희생됐다.
80년대 초 모잠비크에서 처음 등장한 후 세계 전역으로 확산된 소년병은 반군들의 테러 전위대로 이용되고 있다. 테러 조직들은 조작이 쉽고, 충성도가 강하며, 두려움도 없고, 공급은 무궁무진하다는 이유로 마을을 불태우고 정부를 전복하는데 이 ‘젊은 병기’를 선호한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30일 세계 인권단체를 인용, 소년병이 전세계에 30만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과거 나치도 소년병을 징집했고, 이란은 80년 시작된 이라크와의 전쟁에서 12~16세 소년병을 지뢰제거에 동원했다. 코소보와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에도 소년병은 존재했다.
무장세력들은 소년병을 살인기계로 만들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조종하는 영적인 존재에 소년들의 생사가 달려 있다며 자신을 신격화한다. 90년대 말 콩고의 한 무장세력은 소년병들에게 적의 시신을 먹으면 강해진다고 가르쳤다. 25, 28일 테러를 자행한 케냐 무장조직 ‘뭉기티’ 지도자는 10대들에게 자신이 지구를 움직이게 한다고 가르친다.
소년병에 관한 아프리카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현지 무장세력들은 70~80년대처럼 이념이나 명분에 구애받지 않는다. 해방과 민주화가 아닌 탐욕만이 가득한 무장세력들은 범죄 집단화하고 있다. ‘어른 병사’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무장세력의 구성은 소년병으로 채워지고 있다.
17년째 내전 중인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선 최근 한달간 10대 소년병으로 이뤄진 무장세력 간 전투로 1,000명이 숨졌다. 독재자 모부투 세세 세코 축출을 위해 10여년 전 시작된 콩고 내전은 원자재 확보를 위한 무장세력들의 이권다툼으로 변질돼 있다. 이들 역시 소년병이 전력의 핵심을 차지한다고 휴먼라이츠워치가 이 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농촌을 근거지로 90년대 말 조직된 우간다의 ‘신의 저항군’은 소년병들에게 신생아를 절구통에 넣어 살해하도록 세뇌했다.
유엔은 수단의 내전이 끝을 보이던 2001년부터 소년병 수천명에 대한 사회 귀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어린 퇴역군인들은 사회를 거부하고 무장단체로 돌아가 익숙해진 총을 다시 잡기를 원하고 있다”고 유니세프는 전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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