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30일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면서 범여권의 대선구도가 크게 흔들리게 됐다.
그의 정치 참여를 전제로 한 대통합신당 구상은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고,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예비경선제)의 파괴력도 반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범여권의 대선구도는 당분간 안개 국면일 것 같다. 우선 지지도에서 눈에 띄는 후보가 없다. 지난 1월 고건 전 총리에 이어 유력 외부인사가 거듭 중도하차함으로써 외부 인사 영입을 염두에 둔 각종 시나리오가 무위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이 때문에 ‘제3지대 신당’을 주장했던 열린우리당이나 그의 영입에 공을 들여온 우리당 탈당파는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정 전 총장의 중도하차로 범여권의 대선구도는 당분간 정립 구도가 예상된다. 가장 주목받는 이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다. 범여권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으면서 지지율 측면에서는 가장 앞서 있는 그에게 ‘유일한’ 외부인사로서의 프리미엄까지 더해질 공산이 크다.
정 전 총장과 분점해온 제3지대 신당론의 수혜를 독점할 수도 있다. 우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손 전 지사 말고는 기존 정당 밖에서 대안을 찾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우리당 내부의 기존 유력주자 가운데에선 정동영 전 의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호남권을 축으로 한 서부벨트 재구축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데다 범여권 내에서 현역의원의 지지층이 가장 두텁다는 게 강점이다.
미래구상 등 시민사회세력과의 공동 행보에 주력하고 있는 김근태 전 의장의 발걸음도 빨라질 전망이다. 정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직후 공개적으로 우리당의 정치적 해체 선언을 촉구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친노 세력도 대선구도의 한 축을 점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당 내 한명숙ㆍ이해찬 전 총리, 김혁규 의원, 유시민 복지부 장관 등이 정치권 외곽 조직인 ‘참여정부 평가포럼’과 함께 독자적인 세를 형성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물론 범여권에선 이들 세력이 오픈프라이머리나 후보간 연대를 거쳐 범여권 단일후보로 발전하길 기대하는 의견이 다수다. 우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특정인 중심이 아니라 정체성과 노선에 따른 경쟁을 통해 범여권의 경쟁력과 통합력을 높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관론도 적지 않다. 우리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대선이 7개월 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한나라당 주자와 대등한 경쟁을 벌이는 주자가 단 한명도 없는데다 통합신당모임과 민주당, 국민중심당이 18대 총선에 무게를 둘 경우 범여권은 지리멸렬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