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부모학 매뉴얼’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마이니치(每日) 신문이 30일 보도했다.
부모학 매뉴얼은 정부 교육재생회의의 긴급제언 형식으로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일본은 사회 각 분야에서 매뉴얼을 만들어 국민행동을 통제하고 있지만 부모 행동까지 규제하겠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란 지적이다.
문제의 부모학 매뉴얼은 모유로 자녀를 양육하고, 젖을 먹이는 동안 TV 시청을 금지하며, 부모로서 사친회(師親會)에 적극 참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부모가 가정생활의 바람직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장시간 TV를 시청하거나, 인터넷과 휴대전화에 매달리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매뉴얼은 이런 대중매체 대신 연극이나 음악회 등을 권장했다. 뇌과학의 관점에서 자녀의 발달 정도에 따라 지켜야 할 덕목 등을 제때 가르칠 것도 주문하고 있다.
재생회의가 매뉴얼 작성에 나선 것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저서인 ‘아름다운 국가’에서 전통적 가치관의 중요성을 강조한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이 책에서 현재의 가정 교과서가 “전형적인 가정의 모델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젊은이들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매뉴얼 항목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반발이 예상된다고 신문은 비판했다. 직장 여성은 모유로 아이를 양육하기 어려우며, 음악회 등의 여가활동은 여유 있는 가정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아베 정권은 그간 전통적 가치관 회복을 내세워 인성교육과 학력향상을 위한 교육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교육현장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교사나 학생을 과감하게 솎아내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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